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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한 영화감독과 영화배우의 영화같은 사랑이야기로 시끄러운 한주였다. 연예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끄러운 사건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두사람의 나이차보다도 한 사람이 결혼을 한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불륜인 것이다. 간통죄가 없어진 지금 그들의 사랑은 더이상 죄가 아닌걸까. 아니면 두사람의 사랑으로 인해서 여러 사람이 고통을 당했으니 근본적인 죄는 남아 있는 것일까. 그들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어디가 끝일까.
현실에서의 불륜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인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남녀의 구별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 누구라도 한 가정이 유지가 되고 있는데 끼여들었다면 그것은 끼어들기 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문학에서의 불륜은 어떨까. 글 속에서, 책속에서의 불륜 말이다. 그것은 때로는 범죄사건의 빌미를 마련하기도 하고 시들해진 사랑에 불을 붙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러 작가들의 뷸륜을 소재로 해서 글이 있겠지만 나는 에쿠니가오리의 책속에서 보이는 불륜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에쿠니 가오리는 어떤지 모르겠다. 나만의 관점에서 보는 그녀의 글은 [불륜의 미학]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 보았던 그 내용이 불륜이 드러나지 않은 다른 책이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그녀의 책에 빠져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11p)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삼대의 이야기를 몇권 읽었다. 이번에는 세자매의 이야기이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 자매는 생활하는 방식도, 생각도 다르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지만 누군가 동기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똘똘뭉쳐서 그 모든 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평범한 사무직인 막내, 어려서부터 그저 남자란 어떤 존재일까를 외치며 친구의 남자와도 자는 등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앞집에 사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동경한다. 외국계회사를 다니면 뛰어난 커리어우먼인 둘때. 글을 쓰는 남자와 동거중이지만, 사랑하는 것도 맞지만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그렇게 매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유일하게 결혼을 한 큰언니. 남들 보기에는 평범하고 행복해보이는 가정이지만 목을 조르는 남편이 있다. 가정폭력인것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매들의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남편의 눈치를 보는 등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딘가로 갈 수 없다. 그저 남편을 생각하면 행복하고 남편에게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대접을 받더라도, 때라고 조르고 침을 뱉더라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까 하면서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 이 모든 것은 사건의 발달이 된다.
언니와 동생으로 이루어진 자매는 남매보다도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같은 여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더욱 친민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누구보다 친한 친구처럼 여겨질수도 있고 때로는 엄마처럼 돌보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네자매의 생활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 세자매도 앞으로 또 다른 많은 일들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세자매가 있어줌으로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집안의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였지만 가훈 하나는 끝내주게 잘 지은 것 같다. 즐겁게 살자. 오늘 하루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