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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들은 여러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의 모티프를 따온다. 그것이 자신이 오래 전에 읽었던 동화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이 될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나 또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눈소녀'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로 변형이 된 원전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소설을 모르는 나는 읽으면서 두가지 이야기를 생각했다. '피노키오'와 '엄지공주'
제페토 할아버지는 왜 피노키오를 만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외로워서 그랬던가.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인형은 생기를 얻었고 아이로 변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 말썽장이 아이를 키웠다. 할아버지 혼자서는 참 감당하기 힘든 아이였을텐데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던 것일까. 엄지공주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아이가 없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아이를 너무나도 원해서 정말 작은 엄지손가락만한 아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져서 정말 작은 엄지공주가 태어났고 그들은 아이를 바랐던 만큼 성심성의껏 그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없는 집에서 아이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얼마가 들고 또 환경이 힘들어서 아이를 키우지 않는 집도 늘어난다지만 그에 비해 난임도 늘어서 아무 이유없이도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집도 늘어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 한 부부가 있다.오래전 자신의 아이를 낳자마자 잃은 부부. 그들은 그 이후로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고 지금 알래스카라는 이 척박한 땅에서 오로지 둘의 힘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중이다. 이들이 살기에는 계절이 좋지 못하다. 다른 나라에서의 겨울도 힘든 법인데 하물며 알래스카는 어떠하겠는가. 남편은 광산에서라도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가까스로 잡은 무스 한마리로 인해서 조금은 숨통이 트여진다. 알래스카에서 농부의 겨울이란 사냥과 저장해 둔 곡식으로 견뎌내는 것이다.
눈이 아주 많이 온 어느날. 그들은 눈사람을 하나 만들고 그 이후로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여자아이 하나를 보게 된다. 그아이는 인간인가 아니면 그들이 잘못 본 환영인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이웃 가족은 이 근처에 그런 여자애는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추운 계절에 밖에서 지내는 여자아이라니.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계속 꼬마가 남긴 발자국을 보고 나갈 때마다 그녀를 보게 된다. 그 꼬마 여자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어느날 자신의 집앞에 놓인 죽은 토끼를 보고 남편은 집어서 버리지만 나중에야 그것이 그 꼬마아이가 가져다 놓은 것임을 알게 된다. 이부분은 오래된 동화를 생각나게 한다. 신발가게 아저씨가 일을 하다 놓아두고 잠이 들었더니 요정들이 와서 그 신발을 완성시켜 놓았다던 이야기. 그래서 부부가 요정들을 위해서 신발과 옷을 만들어서 두었다는 그 이야기 말이다. 부부가 그 꼬마아이를 찾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아이가 없는 이 집에 그 아이가 와서 같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알래스카에 대한 묘사가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작가가 그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알래스카에서 태어났고 자라고 지금도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오래전의 알래스카와 작가가 살고있는 지금의 알래스카는 전혀 다른 도시일 것이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황폐한 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교통의 중심지이자 관광지이기도 하다.
언젠가 아는 선배에게 여행가야 할 곳 한 곳을 꼽는다면이라고 물어봤을때 알래스카를 추천해주었다. 추운 곳을 싫어하는 나로써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시여서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이 알래스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만 왠지 모르게 눈의 소녀인 파이나를 찾아볼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