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매고 또 매고 또 매고... 죽을려고 결심을 하고 또 실행에 옮기고 성공하지 못하고.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억울함이 있어서 그런걸까. 오쿠바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약간은 일본소설처럼 생긴 표지와 제목이 궁금증을 더해간다. 한국작가가 쓴 책이면서도 오쿠바라는 이름을 앞세운건 왜일까.
오쿠바는 일본어로 어금니를 의미한다.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별명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 이름으로 불렸던 주인공은 정작 자신의 이름보다는 오쿠바라는 이름이 더 편하다. 일제치하에서 공부를 했던 그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죽을뻔한 위험도 넘기고 마루바닥에 숨어서까지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했다.
치과 한편에 암실까지 만들어주둘 정도로 사진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다. 종교에 빠진 어머니가 자신을 두고 목사가 되라고 했을때도 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어머니는 열성적으로 교회에 다녔다. 자신 또한 함께 다니긴 했지만 청소년기의 또래들을 만나기 위해 다닌 것 뿐, 또한 자신이 좋아했던 여학생이 있어서 나간 것 뿐 제대로 믿음이라는 것은 가져보지 못했다.
첫사랑과 결혼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신학교에 다니면서 우연히 베풀었던 선행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고 사진관을 운영했다. 사진관은 2호, 3호점을 낼 만큼 성황리에 잘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닥친 시련은 무엇일까. 큰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살던 그가 왜 아동강간살인마가 된 것일까. 그는 과연 잔인한 살인마였을까 아니면 무의식중에 그런일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듯이 그는 단지 좋지 않은 시기에, 좋지 않은 장소에서 사건에 휘말린 것뿐일까.
같은 사건을 요즘 경찰들이 맡았다면 어떤 결론이 났을가. 예전과는 다르게 과학이 발달했고 장비가 발달했으니 오쿠바의 혈액형과 사건에서 발견된 음모의 혈액형이 다르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는 무죄로 풀려나지 않았을까. 아니 유전자 감식을 해서 그 동네에 살고 있는 누구와 맞느지 대칭 검사를 하면 금새 범인을 잡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80년대 당시에는 무조건 실적만 올리면 되는 줄 알았다. 가장 강압적인 수사가 많이 나올 떄였다. 증거가 있고 그 증거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일단 아무나 혐의가 가는 사람을 잡아다 놓고 증거를 가져다 맞추어서 그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방식이었다. 범인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은 부인을 한다. 그런 때는 고문이 제격이다. 가혹한 고문으로 인해서 끝까지 죄를 부인하고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도 간간히 예전 사건들이 터져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그 당시의 경찰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사건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윗선에서는 말도 안되는 짧은 시간내에 범인을 잡아오라고 하고 자신들은 할수 없이 그에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수 있지 않은가. 역지사지라고 자신이 그 상황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 책에서는 변호사가 그렇게 노력해도 구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사건이 나온다. 하나는 오쿠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전에 벌어졌던 사건이다. 그 사건 또한 분명 무죄이고 그 사람은 무고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문은 사람으로 하여금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내었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불게 만들었고 결국은 그 사람을 이 세상에서 격리시키고야 말았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본인이 알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할 것인가. 그래서 오쿠바는 목을 매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고,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달라고 말이다. 그의 목맴은 성공했을까 아니 그가 목이 매도록 외쳤던 무죄 소식은 들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