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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전이의 살인 ㅣ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거울을 통해서만이 자신의 모습을 볼수 있다. 거울로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은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어 있으니 온전한 모습이라고 할수는 없다. 그것이 아니면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다른 매체를 사용해야만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보는 다른 '나'가 있다. 난 분명 여기 있는데 내 앞의 다른 내가 있는 것이다. 말도 하고 움직인다. 단 내가 아닌 것 같은 몸짓과 목소리로 움직이고 말을 한다. 나는 누구고 저 앞에 있는 나는 또 누군가.
인격전이. 말이 어려워 그렇지 그냥 한자어로 풀면 이해하기 쉽다. 인간은 누구나 인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격조 즉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면 쉽겠다. 그런 나만의 인격이 전이 즉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어보지만 이렇게 상상속에서 또는 픽션 속에서는 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스위치서클, 두사람이 그 속에 들어가면 그 둘간에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는 것이다. 즉 나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가진 내 몸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기이하면서도 놀라운 체험일까.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재미나기만 한 경험은 아니다. 일단 한번 그렇게 전이가 시작되고 아나면 나는 내몸으로 돌아올 수가 없다. 아니 "매스커레이드"라는 것을 통해서 몇 백번쯤 또는 몇만번쯤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원히 원래처럼 내 몸에 내 인격이 고정되어 머무를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마치 계약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가야하는 집처럼 말이다. 단 이사는 기간이라도 정해져 있지 이 매스커레이드란 시스템은 언제 일어날지, 어떤 주기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나는 이 곳에 가만히 있고 싶은데 어떤 파워에 의해서 나는 밀려나서 다른 몸에 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단 둘간의 문제라면 그나마 조금은 덜 머리가 아프게 된다. 그 둘만 붙어 있으면 적응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인체제로 바뀌게 되면 큰 혼란이 일어난다. 그 인원수대로 계속 하나씩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음식점. 그곳에 어쩌다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들은 몸을 피하기 위해서 쉘터라고 이름붙여진 공간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그들이 살던 곳에서는 죽은 것으로 포장되어 버리고 이동한 그들은 앞으로 어떤 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 여섯명이서 저마다 한곳에 모여 있지만 살아온 곳도 생각도 모두 다른 그들은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인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식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자신이 아픈 부분을 다른 사람의 장기를 받아서 이식하는 방법이 마지막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인간의 장기가 가장 좋지만 항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대체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언젠가 사람의 뇌도 이식할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 그들은 몸은 멀쩡하지만 뇌는 죽었다. 그렇게되면 인간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뇌를 뇌는 멀쩡하지만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의 뇌로 바꾸면 그 사람은 원래 그 사람일까 아니면 뇌가 바뀌었으니 다른 사람일까 하는 문제가 윤리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었다.
이 소설은 단지 이야기를 만든것일뿐이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뇌이식이 가능하게 된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과연 겉으로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과 그 속에 존재하는 인격인 내적인 모습 중 어느쪽을 진정한 사람으로 인식해야 하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