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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 - 일방통행에 들어선 청춘에게
전아론 지음 / 샘터사 / 2016년 3월
평점 :
가끔 그런 밤이 있다. 평소처럼 똑같이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청했는데 머릿속 스위치가 도통 꺼지지 않는 밤. 하루치의 피로가 이불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는데 정신은 괴롭도록 또렷하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자세를 바꿔 봐도 잠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만 하고, 펄처럼 질척한 어둠만 눈앞에 들러붙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런 밤이 있을 거다.(217-218p)
어제의 내가 그랬다. 피곤해 죽을 지경이고 잠을 자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오지 않는 밤. 어쩔 수 없다. 그런 날은 안대를 쓰스고 잠을 청해보기도 하지만 결과는 말짱 꽝이라는 것을 오랜 기간의 불면증으로 고생한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동지가 있음에 새삼스러이 위로가 되는 그런 글을 만났다.
현재 《대학내일》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 실제의 나이가 몇살쯤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녀의 글을 푸릇푸릇하다. 청춘을 제대로 나타내고 있음이 보여진다. 이십대무렵에 몰두해 있는 그녀의 글은 그래서 더욱 청춘스럽다. 이 글을 지금의 이십대가 읽는다면, 자신의 선배인 그녀가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의 그들과 많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답답함도 조금은 해소가 되어질까.
나의 이십대는 어떠했을까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손에 잡힐듯이 바로 어제같은 이십대의 나날들. 지하철로 학교를 통학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떠들던 기억들. 각종 모임들, 동아리들, 공강시간, 휴강시간, 땡땡이, 학교식당, 도서관... 다 아스라히 먼 기억들이 아니라 생생하게 눈에 보이는 듯 한데 현실로 돌아와보면 지금의 이십대에 비하면 꽤 오래전 일임을 깨닫고 치열한 이십대를 그래도 잘 버텨왔구나 하는 자기위안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여전히 퍽퍽하고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때는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청춘이라는 것이 든든한 한 밑천 아니었을까.
가끔 대학때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 시절을 어떻게 견뎠을까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이전의 선배들과 달라서 데모를 줄기차게 했던 학번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어서 모든 것이 다 전산화되던 것도 아닌 어중간한 세대였었다. 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도스가 필요했고 다다다다 소리내는 도트프린터가 있던 학교 컴퓨터실. 일초면 수강신청이 끝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과는 다르게 일일이 표에 체크를 해가면서 수강신청서를 내야만 했던 그 때. 만약 지금 대학에 가서 학교를 다니라고 하면 바뀐 문화에 잘 적응할 자신이 없어 두려워지기도 한다.
아마도 청춘이 보는 미래는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더욱 두려운. 우리가 보는 과거는 경험했기에 더욱 두려운. 쌍방간에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세대들이다. 그래도 제목과 같이 우리는 모두 빛나는 예외들이다. 누구나 하나 일반적인, 보통의 존재들은 아닌 것이다.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여, 청춘들이여, 힘을 내라. 과거와는 달리 미래는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