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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와 진실의 빛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가면서 가지고 갔던 두 권의 책 중 한 권. 가는 길에 읽었던 이 책은 다 읽었지만 오는 길에 읽었던 다른 한 권의 책은 반도 못 읽고 덮어두었다. 밤 열시 넘어 이륙한 비행기. 다른 사람들은 자느라고 조용한, 엔진 소리만 윙윙거리는 가운데 다섯시간의 비행기간동안 이 책과 함께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할수 있었다.
먼저는 이런 종류의 소설을 써내는 누쿠이 도쿠로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수가 없었고 사건이 거듭됨에 따라 한 사건으로 끝나야 할 일이 점점 진행되어짐에 따라서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잇었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은 또 어떠했는가. 의심은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사람, 그 중 유난히 튀는 듯 튀지 않았던 한 사람. 그렇지만 감을 잡았을 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누가 그 일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일을 했는가는 더욱 중요하다.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약간의 허무함은 개인적인 느낌이었을까.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극복되지 못하고 남아 있을경우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한 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는 것. 확인을 위해 공터에 도착한 경찰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사건은 즉시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온몸이 난자당한 여자는 한쪽 손의 집게 손가락이 사라진 상태다. 누군가에게 보복이라고 하듯이 난자 당한 시체 한 구.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이 한구의 시체는 누구일까. 그리고 범인은 왜 무슨 이유로 손가락을 잘라서 가지고 간 것일까.
범죄소설들에서 보면 범인들이 자신의 전리품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종종 등장을 한다. 자신의 죽인 사람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손가락이나 머리카락등은 보편적이며 미국드라마에서 본 경우에는 사람의 머리통을 잘라서 냉장고에 수집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장이나 장기들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엽기적이다. 그들 즉 살인마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가. 그런 것들도 일종의 정신병적인 증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사람의 정신 즉 생각을 읽는다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또한 정신과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일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이해가 된다.
그저 단순히 한 건의 사건으로만 끝날 것으로 생각했었던 사건이 확장된다. 시체의 신원만 확인했을 뿐 무엇때문에 그랬는지 짐작도 못한 상황에서 또 한건의 시체가 발견된다. 역시나 손가락이 없다. 대외비라고 묶어두었던 이야기는 매스컴을 타버리고 수사는 점점 난항을 겪게 된다. 그 와중에 범인으로부터 살인예고까지 받게된 경찰들은 이에 맞서서 어떤 대응책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범인을 잡을수 있을까.
형사들과 범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이 책에서는 형사들 나름대로의 시기심과 질투심도 다루고 있다. 나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은 장소와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인듯 하다. 그런 사회적인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짚어주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역시 사회파 작가 누쿠이 도쿠로라는 생각이 든다.
블랙앤 화이트 시리즈를 통해서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매력에 빠져서 한 권씩 읽어왔다.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는 그의 글들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해주는 듯한 그런 글들이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치밀한 사건전개로 인하여 다른 생각을 할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문장들은 또 다른 그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