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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평점 :
작가들 중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책을 읽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도 알 만큼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 그 중의 한명이 아마도 바로 이 사람,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닐까한다. 내가 그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대학교 도서관에서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였을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일본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것 같고 지금은 장르소설에 빠져있지만 일본 소설의 눈을 뜬 계기가 되었다.
하루키의 관심사는 아주 광범위하다. 특히 음악에 대해서는 마니아급이기도 하다. 얼마나 음악을 좋아했으면 음악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나눈 것을 모아서 책으로 낼 정도일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관심 뿐 아니라 음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음악에 관한 그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내가 그의 박식함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또한 한 권의 책이었다.
그냥 별 생각없이 읽다가 혀를 내두르고 말았던 그 책.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 그리고 물론 소설 이야기 뿐 아니라 번역에 관한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잡다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 이 책이다.
하지만 그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말이다. 왠지 모르게 내가 느끼는 그의 이미지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달까. 그러나 [후와후와]라는 뜻도 모를 네 글자의 책을 보면서 나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고양이와의 추억들은 잠시동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어린시절의 기억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루키 작가처럼 동물을 키워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동물을 키울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아서 몽글몽글하게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직물을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을 가지고 텍스트북을 만드려는 작업의 의뢰했을때 하루키가 선택한 단어는 후와후와. 원래 뜻은 폭신폭신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고양이였던 단쓰의 폭신함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만약 그 단어를 선택한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햇볕에 널었다 막 걷은 이불의 폭신함. 솜사탕을 같이 나누어먹던 첫사랑의 폭신함, 오래동안 외국에 나가 있다가 돌아온 집에서 엄마품의 폭신함....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저마다 다른 기억들로 기억될 단어 후와후와. 느슨한듯, 편안한 듯, 폭신한 한 권의 그림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운 면을 또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