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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평점 :
민들레 국수집. 요즘 국수를 소재로 한 에세이들이 많아서 일반 국수집 이야기인가 했었다. 민들레 국수집. 이름 한번 촌스러우면서도 정겹네 하고 말아버렸더랬다. 첫 장을 넘긴 순간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민들레국수집은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국수를 만들어 파는 음식점이 아니었다. 노숙인들을 위해서,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전에는 수사였던 주인장이 직접 열심히 밥을 지어 대접하는 곳이었다.
한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마음이 찡해졌다. 아직도 이런 분들이 계시는구나. 한사람 한사람 그들을 싫어하지 아니하고 따스하게 보살펴 주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하고 말이다. 전에 '밥퍼목사'라는 분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그분의 책을 읽었고 아직도 가지고 있고 그분의 부인이 쓴 책도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것이다. 한끼 먹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직접 밥을 해서 퍼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밥퍼 목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된 그. 그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정말 많이 낮아지고 작아지는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또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사실 노숙인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 자신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들끼리도 서로를 흉보고 싸우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그들은 왜 노숙인이 되었을까. 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거리로 나가게 된 경우도 있고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다보니 정말 돈이 없어서 나가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라고 그렇게 살고 싶을까. 한번뿐인 인생인데 제대로 살고 싶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 현실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것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흙수저 논란을 빌어 쓰지 않아도 그런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살다 죽는 일밖에 없다는 그런 결론이 나는 것이다.
그들에게 한끼라도 배불리 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민들레 국수집. 처음 국수집으로 시작했지만 밥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제는 민들레국수집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있다. 어느 특정단체의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닌데 늘 도와주는 고마운 손길이 쌓인다. 풍족하게 넉넉하게 쌓아놓고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곤궁할때 어디선가 또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서 채워주고 간다. 그러므로 인해서 더 많이 베풀수가 있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가졌다. 그렇지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민들레꽃씨처럼 훨훨 날아서 자유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민들레국수집은 각종 어린이 도서관과 돌봄의 집으로 퍼져나갔고 여러 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으면서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먹을거리를 공급해주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부인되시는 분은 그의 곁에서 한술 더 떠서 더욱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는 사람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조금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이제는 딸까지 같이 힘을 보태고 있으니 아무리 어려움이 있다하더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민들레국수집은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우리보다 잘 살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필리핀에도 있다. 세계적으로 훨훨 날아가고 있는 민들레 꽃씨들이다. 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못 먹고 배를 곯고 살고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 바로 먹는 것이 아닐까. 물도 일주일, 음식도 한달만 먹지 못하면 바로 죽음을 맞이할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의 가장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민들레국수집에 경의를 표한다. 지금 당장 후원하는 것도 좋겠고 시간이 되는 한 찾아가서 설겆이라도, 청소라도 도움이 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잠시 가져보게 된다. 봉사는 미룰 일이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