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6.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1월이 새로 시작한지 어제 같은데 벌써 반이나 후딱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대략 열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말조심을 하자는 교훈을 얻었으며 사랑하는 동생으로부터 선물을 겸한 긴급구호물품을 받았고 책선물을 몇 권 받았다. 그런 와중에 불쑥 들어온 샘터 2월호. 벌써 2월이라는 글자가 눈에 큼지막하게 들어온다. 괜찮다. 우리엔 새로운 음력설이라는게 존재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번호 특집편을 본다. '20년전으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다. '응답하라 1996'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특집은 최갑수님의 글로 시작한다. [그녀의 손을 꼭 잡을수 있을까] 라는 글은 그때로 돌아가서 지나간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크게 연연해하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이 난다. 더군다나 이런 주제가 있을때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을 그린 글도 있었다. 그분은 할머니와 아버지와 여행을 가고 싶어했다. 나 또한 그러하다. 96년 10월에 우리와 영영 이별한 막내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딱 20년이 된다. 살아서 20년을 못 채웠는데 죽어서 20년이 지나고 있다. 산 세월 보다 죽은 세월이 더 긴 아이러니라니. 그렇게 더 오랜시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시간은 모든것에 다 약이 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기억도 있는 것이다.

 

깜짝 놀랄만한 소식도 있었다. 언제나 반가운 이해인 수녀님의 글. 자신은 멀쩡히 살아있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자신이 죽었다고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신의 명복을 빌어주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악플공격같은 것인가 싶어 가슴이 덜컥거렸다. 자신들은 모르고 퍼다 나르는 글들이 정작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았을때의 황망함이란. 수녀님이 사랑했던, 친하게 지냈던 장영희 교수님도 그리고 김점선 화가도, 박완서 작가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해인 수녀님이라도 오래도록 계셔주셨으면, 그래서 그분의 고운 글들을 오래도록 더 많이 볼 수 있었음 하는 바람이다.

 

국방통신은 동생이 현역시절 복무했었던 이기자 부대가 나와서 더욱 반가왔고 북카페 코너에서는 이미 읽었던 마리 유키코의 책 [골든애플]이 소개되어 반가왔다. 아무래도 아는 곳이나 아는 사람 또는 내가 읽었던 책이나 보았던 영화 등이 소개되어 나오게 되면 괜스리 아는 사람 만난 양 반가운 법이다.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쪽에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나혼자 좋아하는 일방통행적인 반가움이다.

 

샘터를 보는 즐거움은 그러하다. 큰 일이 아니어도 좋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그리고 각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짧은 이야기들로 인해서 길지 않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벌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샘터지만 지금보다 더 오랜시간 우리 곁에서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필진들이 다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필진들로 대를 이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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