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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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의 글은 내게는 들쭉날쭉하다. 어떤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하다가도 어떤  때는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글로써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어렵다고 느껴서 외면하려고 했다가도 다른 글을 보면 또 그 글에 빠져들지 않을수가 없다. 이번 책은 특히 더 맞장구를 치면서 읽었다. 소실인가 아니면 에세인가 아니면 시인가 하다가 모르겠다 그냥 이야기를 읽겠다라는 심정으로 읽었다. 제목에 자세히 보면 38 True stories & Innocent Lies라고 적혀진 것을 알 수 있다. 진짜 이야기와 순수한 거짓말... 그렇다면 이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과 글이 어울러져 나타난 것이라고 할수 있겠다.

 

한 번만 더. 그가 말했다. 두 사람은 그 노래를 몇 번이나 다시 들었다. 하지만 영원히 그곳에 앉아, 영원히 그 노래를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85p) 오래전 대학로에서 그랬던 적이 있었다. 같은 노래를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끼고서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오래도록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 그 노래까지도 기억이 난다. 성시경의 '두사람'. 나와 같이 그 노래를 들었던 사람은 그 기억이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날 일이 영화를 보듯이 생각이 난다. 이 글을 읽으며 그 생각이 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텔의 오너는 '게으른 여행자들을 위해' 이 호텔을 지었다고 했다.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은 심지어 오후 한 시까지여서,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나서도 신선한 샐러드와 과일, 따뜻한 수프와 부드러운 푸딩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94p)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외면할수 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각하는 것이 싫어 주로 패키지로 누군가의 일원에 되어서 묻히면서 다니다보니 이런 호텔이 그리워졌다. 게으른 여행자들을 위해 아침이 오후 한시까지 제공되는 호텔. 보통의 호텔은 9시 늦어도 열시면 아침제공이 끝나게 된다. 이런 호텔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늦게까지 자고 느긋하게 게으름을 부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행복한 바보가 되세요. 만약 사랑에 빠질 수가 없어 안달하고 있다면, 그냥 행복한 방관자가 되세요.(129p) 사랑에 빠지면 행복한 바보가, 사랑에 빠질수 없다면 그냥 행복한 방관자가 되라는 이 말이 이렇게 절절할 수 있을까. 나는 잘 사랑에 빠질 수 없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내가 너무나도 잘 안다. 나는 행복한 방관자로써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행복한 바보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그렇게 하면, 이별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나요?" 당신은 웃지도 않고, 천천히 커피를 마시는 속도로 대답했어요. "이별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과 같아. 너무 성급하게 마시면 마음을 데고, 너무 천천히 마시면 이미 식어버린 마음에서 쓴맛이 나.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어. 지금 네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그 마음을 다하면, 시간이 흐른 후에도 향기는 남는 거니까."(182p)

 

책의 제일 뒷표지에도 나오있는 말. 처음 읽을때부터 어떤 구절에서 이런 말이 이어질까 궁금했던 글귀. 이별을 좀 더 잘 견딜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놓은 글.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잘 마시지 않지만 가끔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잘 되었다.

 

처음 아주 진하고 뜨거운 커피를 잘못 마시면 입을 데게 된다. 그리고 마시다 놓아둔 커피는 점점 식어져 그 맛이 쓰게 변한다. 이별도 그와 같은 것이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별에 대한 쓴 느낌이 확 다가왔다. 그래도 커피향은 그대로 남아있듯이 이별 또한 사랑의 향기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별이 결코 두려운 것은 아니라는 말. 그래도 나는 아직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냥 행복한 방관자가 되는 것을 택하는 행복한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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