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받는 고전문학부터 지금 이시대를 그려내는 현대의 문제작까지 여러문학들을 모아서 펴내고 있는 모던 앤 클래식 시리즈. 올해 읽었던 작품들 중에는 유난히 일인칭 시점으로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듯이 쓰여진 작품이 많았다. [푸줏간소년]도 그랬고 [스톤다어이어리]도 그랬고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집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심통이 난다는 김점선님의 작품소개에 이어지는 글은 역시 집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오래전만 하더라도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자라고 그 집에서 살다가 그 집에서 죽는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집이라는 개념 또한 약간은 변해오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은 그냥 정착해 있지만 학교 다닐때는 참 많이도 옮겨다녔었다. 어렸을때는 아빠가 회사때문에 가시면 온 가족이 따라서 왔다갔다를 반복했었고 외국에 나가서 살 때에는 당연히 남의 집에 얹혀 살았고 돈에 맞춰 살아야 했기 때문에 옮겨 다녀야만 했었다.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특별한 집이 있다. 자신의 가족이 모두 함께 살았던 행복했던 그 때를 나타내는 그 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제는 남아 있지 않은 그집. 그 자신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린 그 집. 그러나 자신은 영원히 그 집을 기억하고 그 집을 추억한다. 자신의 유년시절의 즐거움이 행복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이 책이 일종의 자신의 자서전이라고 했다. 이 글을 쓰면서 부모님이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순간마다 그때 시절이 생각났고 기억을 되돌렸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작업이기도 했었다고 추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아련한 향수같은 것들이 묻어서 나온다. 소설 같으면서도 에세이같은 느낌이 곳곳에서 넘쳐난다.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서 그럴까 자연스러움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담담함도 느낄수가 있다. 최대한 자기자신의 감정을 누르면서 쓰려고 노력한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다. 전혀 객관적일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그속에서 혼자만 유영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자신과 같이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은 외롭지 않다. 작가가 혼자서 자기 멋대로 자신의 즐거움에만 빠져서 쓴 것같은 느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의 유년시절로 초대된듯한 느낌을 받을수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어찌 즐거운 일만 있을까. 작가 또한 그랬다. 전쟁 중, 딱 한가운데 있던 집에서 포탄을 맞기도 하고 그럼으로 인해서 집을 떠나야 하기도 했었고 아버지로부터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래도 많은 가족들때문에 자신은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물도 나오지 않고 아이들의 인원수에 비해서 방도 모자라고 난방도 되지 않는 집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행복했었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아무것 없이 단지 모여있기만 해도 행복한 존재들 말이다. 서로 온기를 나주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면서 없는 것도 서로 보태가면서 살아가나가는 것. 그것이 가족과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일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이 글을  썼다다는 작가. 두 편으로 이루어진 이 글의 첫번째 글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자신은 산 사람들, 죽은 사람들 그 모두와 평화롭게 니내고 싶었다는 그. 그는 과연 그 중간자 입장에서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앞의 이야기를 펴낸 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 앞의 이야기가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기의 이야기였다면 뒤쪽의 이야기는 그 후 청년기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두 편의 이야기가 맞물려서 한편의 자서전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앞의 편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면 뒤의 이야기는 역시 어머니의 죽음과 맞물려있다. 두 이야기의 분위기상 큰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주인공의 나이가 든만큼 그만큼 격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 당시 상황이 그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러저리 방황하는 모습조차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던 목표도 바뀌게 된다.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내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하루하루 늙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즉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살아있는 한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울컥하는 감정이 드는 것을 참아낼 수 있을까. 최대한 담담한 필체로 쓰여진 한 사람의 일대기를 좇아가며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임을 기억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