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지음 / 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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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단 한번이라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문장을 쓰면서 전혀 그러지 않을 사람, 딱 한명이 생각났다. 지극히 밝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데다가 친화력도 갑이어서 우주에서 온 이티까지도 단 몇분내로 친구먹을 여자, 오모양.) 난 사춘기시절 생각은 해본 적이 있다. 단지 그 모든 생각들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것은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으로도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너무 아프다는 이유였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용기없음이 참 다행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모든 결심과 실천에 이유와 이성적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유와 생각, 논리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전적으로 "그래 지금 시작하자"고 결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48p)

 

여기 한 작가가 있다. 종합병동이라 해야 할 정도로 자잘한 병들을 가지고 있는 그는 불안한 마음을 가눌길 없어 정신과에 간다.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 책을 펴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치고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비롯해서 마음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이겨낼 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기 때문에 병원이 필요없는 것이다. 자신이 약하다면 그냥 동네병원 가듯이 상담을 받는것도 나쁜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글은 한없이 우울하고 불안하다. 그럴때마다 글을 썼기때문에 어쩔수 없겠지만 그 불안함과 그 우울함에 전면부에 깔려있다. 이건 이래서 우울하고 저건 저래서 우울하고. 끝없이 우울함의 연속이다. 남들은 다 봤는데 나만 못 본 영화라는 표현에서도 알수 있다. 사실 그 영화 나도 못 봤다. 누구나 다 봤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본 사람은 본 사람대로 안 본 사람은 또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다른 것을 하느라 바빴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면 될 일 아닌가. 쉽게 생각하면 그뿐인데 작가적 머리는 다른가 끊임없이 파고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간혹 가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다. 당연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상 딱 한번뿐인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든지 행복하고 즐겁게 살려는 소망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불안증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바 없다. 작가 또한 그렇게 느끼고 있다. 난 지금 우울하지만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이다. 가만히 다가가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글이다. 지금 나는 북유럽의 겨울날처럼 온종일 까만 밤이다. 난 행복해지고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 그리고 소리내어 말해보고 싶다. '아......행복하다.'(133p)

 

내 인생에도 봄이 오길 고대했다. 길고 더뎠던 겨울 동안 이 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태어난 것 처럼 괜찮아질 줄 알았다. 봄은 왔지만 나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186p) 아무리 봄날을 고대한다하더라도 자신의 마인드가 달라진 것이 없다면 단지 계절이 날씨가 바뀐 것으로 자신에게 봄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날씨에 상관없이, 계절에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오래도록 병을 앓아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앓아온 시간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기운이 옅어질지도 모르겠다. 유럽을 좋아하면서도 북유럽의 겨울이 싫어서 겨울에는 따스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 밝고 활기차고 따뜻한 곳 말이다. 작가에게도 그러한 곳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불안이 없어지는 것보다 감미로운 불안을 느끼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269p) 마음의 병을 앓는 작가와 그에게 충고의 말을 건네는 정신과 의사의 주고받는 편지로 이루어진 책. 전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서도 빛같은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아무래도 딱 이 한구절. 누구나 다 불암함을 느끼면서 산다. 단지 그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다. 그것도 감미롭게 말이다. 그 얼마나 실용적인 충고인지.

 

이 책을 컬러에 비유하자면 아주 짙은 검정에 가까운 네이비다. 영어의 blue에는 우울이라는 표현이 감추어져 있다. 누구라도 힘들고 어렵고 불행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왜그렇게 살아야하는가. 그러니 김작가. 힘을 내시오. 당신에게는 당신의 글을 아껴주는 팬들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앞으로 당신을 사랑해 줄 그 누군가도 만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작가의 밝음이 나타날 책이 보고싶어진다. 언젠가는 환한 노란빛으로 밝게 빛나는 그의 책을 볼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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