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21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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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고 줄기차게 달려 세시간 반을 읽고 제일 마지막 장을 덮는다. 이게 스릴러를 읽는 참 맛이다. 시간이 없을때 책을 잘라 읽어야 할 때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보고 싶어도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잘라읽기의 좋은 점은 이전까지의 흐름을 다시 파악해야 하므로 복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찬찬히 반복해서 읽어볼때도 있다. 하지만 그 흐름을 타서 재미가 있어질만하면 다시 끊어두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한번에 죽 내쳐읽기의 장점은 그야말로 속도감이다. 한번 익혀놓은 주인공들을 바탕으로 더해지는 새로운 인물들을 추가해가면서 내처 달리게 된다. 주인공이 궁지에 처할때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 책은 온전히 주인공의 입장에서만 쫓아갈 수 있으므로 그 긴박감은 훨씬 더하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마냥 느낄 수 있다. 그 어떤 다른 힌트조차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가 나고 내가 그다. 과연 이 싸움에서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결백. 단 두글자. 주인공의 결백을 밝히는 것인가.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갔다는 식의 이야기는 많이 쓰여왔다. 얼마전 읽었던 요네스뵈의 [아들]도 그런 스토리를 기반으로 그 위에 덧붙여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이컵을 위하여]나 [리뎀션] 같은 작품도 그랬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맷 헌터는 아니다. 그는 사람을 실제로 죽였다. 단지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젊은 나이. 술 취한 상태. 친구가 얻어맞고 있는 것을 본다. 그냥 그대로 도망쳤거나 신고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친구가 뻗을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그는 자신의 어깨를 친 그 사람의 목을 겨냥해서 잡고는 같이 뒹군다. 머리 뒷부분을 그대로 땅에 찧은 그사람은 사망하고 맷은 살인죄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과실치사로 보석으로 풀려날 것만도 같은 사건이지만 아마도 일단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4년형을 받게 된다. 앞부분의 설명은 잠시뿐 그이후 9년이 흘렀다. 전과자에게 누가 일을 시켜줄까 하지만 그에게는 형이 있었고 그래서 형 밑에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또한 지금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이제 막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다. 오랜동안 기다린 아이니만큼 그들의 기쁨은 더욱 컸을 것이다. 이제부터 더욱 행복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그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일 때문에 출장을 간 그녀, 올리비아에게서 한통의 사진이 맷에게 보내진다. 화질이 좋지않아 잘 보이지는 않지만, 머리색은 다르지만 확실히 맷은 올리비아인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녀의 앞을 가리고 선 남자. 올리비아는 대체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맷은 잠시 패닉에 빠지지만 올리비아에게 확인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당연히 올리비아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녀의 소재 파악을 위해서 회사에 전화를 걸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가 어느 호텔에 머무르는지 알 수가 없는 사실뿐이다. 맷은 그녀를 믿는다. 이제 막 자신들의 아이까지 생긴 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녀는 그 몰래 언제부터 이런 생활을 해온 것일까. 맷은 이제 아이의 존재까지도 의심을 하게 된다.

 

사고였고 실수이긴 했어도 한 사람의 생명을 뺏은 맷. 그 사건으로 인해서 죄값을 치루긴 했지만 자신의 동네를 떠나서 살아야만 했던 그였다. 이제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자신의 동네로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 그 동네에 계속 살고 있던, 그의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환영해줄까. 아니 환영은 못해주더라도 그들이 그곳에 사는 것을 달가와할까. 전과자라는 낙인이 새삼스럽게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야기가 정리될 만하면 새로운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이야기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면 틀림없이 그 끝에는 내가 알고 있는, 앞에 나왔던 사람과 연결된다. 그 고리고리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서 마지막에는 이야기라는 아주 긴 하나의 체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체인의 끝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귀결되어 질것인가. 맷은 올리비아를 찾을 수 있을까.  올리비아는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결백은 누구의 결백을 의미하는 것일까. 쉴새없는 몰려드는 사건의 파도에 흠뻑 몸을 적시고 빠져볼 시간이다. 단 파도가 몰려오는 것이 끝나면 반드시 육지로 돌아올 것을 잊지말것. 그 속에 계속 빠져있다가는 할런코벤의 세계에서 현실속으로 돌아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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