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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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학에서는 '보윈'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어 낸 '가계도'라는 개념을 내담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할때 쓴다. 도표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인해서 조금만 표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의 사생활(자식이 몇명인지 이혼을 했는지의 여부 등)을 알 수 있어서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정보에 속한다. 이 책에서도 제일 처음에 가계도를 제시하고 있다. 상담학에서 쓰는 그런 표가 아니라 이름을 나열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생몰년과 더불어 결혼을 한 연도도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은 데이지 한 명이지만 그녀가 살아오면서 만나지는 가족관계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사람이름이 헷갈린다면 미리 보고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 책을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스톤 다이어리. 제목이 의미하는대로 일기형식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데이지라는 한 여자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죽는 날까지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일종의 그녀의 행적기라고나 할까. 이런 설명에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반응은 금물. 그 어떤 책보다도 생생한 묘사와 살아있는 상황들이 재미나기도 하고 웃음이 지어지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그 생활 자체가 어떠한 때는 큰 사건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머시라는 한 여자가 있다. 남들보다 크고 뚱뚱한. 그래서 인기도 없었을 것 같은 그런 여자다. 부모는 모두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타고난 살림솜씨로 그 곳에서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의 문이 고장나 부른 석공이 그녀에게 빠져서 그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없는 그. 하지만 둘은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퇴근후 행복하게 둘이서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오던 카일러는 그 여느때와 다른 집안 분위기를 깨닫게 된다. 다른때에는 없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대체 머시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번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머시말고 다른 존재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카일러.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새로운 존재를 자신이 챙기는 대신에 이웃에서 머시와 친하게 지냈던 클래런틴에게 맡긴다. 클래런틴이 그대로 이웃집에 살았다면 또 다른 관계가 생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클래런틴은 자신의 남편을 떠나 자신의 아들집으로 간다. 카일러의 새로운 존재와 함께 말이다. 그곳에서 그녀와 그녀의 아들 그리고 데이지라고 이름 붙여진 새로운 존재는 살아간다. 그녀가 사고를 당해서 죽음을 당하기 전까지. 그 이후 데이지는 어떻게 될까.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좇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서도 십대가 되기까지의 일과 대학을 다녔던 시절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녀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는 그 해를 기준으로 해서 단락을 나누고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적어 내려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지루함을 줄였고 속도감을 높였다. 사건사고가 중심이 되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탁월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이리도 흥미로울줄은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화제에 오르는 것은 주로 유명인사들이다. 연예인이라던가 또는 정치인이 될수도 잇겠다. 그리고 또한 자신과 연관되어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할때 보면 사람들은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며 듣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삶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그러한 기분으로 이 이야기를 읽어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한 여자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려준다면 재미나게 듣듯이 그렇게 말이다. 한 여자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서 어떤 아이들을 낳았으며 그녀의 노년은 어떠했는지 지극히 평범한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했던 그녀의 인생을 지금부터 따라갈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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