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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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하. 키득키득. 푸히히.. 우헤헤... 이 책을 보면서 각종 웃음을 짓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 냉혈한 인간임에 틀림없거나 아니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할 것이다. 감성 작가의 유쾌발랄통쾌한 이십대의 방랑 여행라고 하면 딱 맞을듯한 에세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작년에. 시퍼런 색의 책 한 권.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의 에세이라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된 책 한 권은 그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 줬다. 또한 그가 그렇게 이십대에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나오기 된 것이라도  깨달았다.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행객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곧 모리사와 아키오 자신일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얼마전 '나쓰미의 반딧불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그 책에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왠지 그 주인공이 더 모리사와 아키오 자신과 닮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주인공은 여자이긴 했지만.

 

'푸른하늘 맥주'에서 이미 에피소드를 다 써버려서 그랬을까 이번 책은 그보다는 훨씬 얇다. 작가의 이십대가 무궁무진하지는 않으니 아마도 이번책이 이십대의 마지막 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얇아서 아쉬운 대신 실컷 웃음을 주는 건 여전했다. 그의 청춘이 부럽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다 같이 이십대란 시간은 주어지는 것인데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이렇게 다를수가 있다니 그것은 비단 남녀의 차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이십대를 불사르면서 놀았던 그가 부럽기만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이십대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일테다.

 

아마도 사십대일 그가 아직도 그렇게 오토바이에 텐트 하나 싣고 맥주를 실고 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다니는지는 모르겠다. 가끔씩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마 그때 당시 만큼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가이 확실히 든다. 또한 일본도 그때와는 또 다르게 변했을테니까. 그때는 아마도 작가가 혼자서 발견해 낸 비밀의 장소들이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들은 이미 발견이 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그런 여행지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니 작가가 이십대에 느꼈던 감정과 그런 행동들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라는 것이 누군가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면 대담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또한 벌거벗은 채로 나만의 자유를 누릴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 아무도 인 보는 데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는  또 다시 그 모든 행동들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즉각 아니라는 대답이 들려 올 것만 같다. 낄낄대던 웃음이 절정애 도달한 것은 아무래도 은어아저씨와의 이야기. 후기에도 은어 아저씨는 잘 계신다고 말해두고 있어서 더욱 반가왔다.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젊은 나이에 여행을 하게 되면 어찌되었던 간에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주로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아서 맥주와 함께 먹곤했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그때 고기잡는 아저씨를 발견했고 인사를 했을 뿐인데 그에게는 은어 15마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즐거움에 도취되어서 신나난다 하면서 먹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이십대라 해도 위장에 한계는 있는 법, 그렇다고 냉장고가 따로 있는 상황도 아니라 꾸역꾸역 겨우 겨우 먹긴 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 아침부터 아저씨는 다섯마리를 던져주고 가셨다. 그리고 또 저녁에도 은어폭탄을 던져주시는.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담담하게 은어를 먹고....담담하게 은어를 먹고... 끝없이 반복되는 문장에 질 릴법도 하건만 웃음폭탄은 그때 터져버렸다. 아직 소화도 안 되었을 것 같은 배를 붙잡고 또 은어를 꾸역꾸역 밀어넣을 작가를 생각하니 웃음이 아니 날 수 없었던 것이다. 같은 문장의 반복을 보는 동안 웃음은 점점 커져 가서 마지막 담담하게 은어를 먹고...라는 문장을 읽을때는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버렸다. 우히히히... 우히히히...우히히히...  낄낄거리다가 너무 배가 아파서 은어를 한마리도 먹지 않은 내가 다 배가 아팠다.

 

그 이후에 터져 나오는 여전한 작가의 '똥' 이야기. 아 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때는 절대 무엇인가 먹으면서 읽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십대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고 삼십대에 돌아다닌 이야기를 다음에는 기대해도 좋을까. 어떤 종류의 핵폭탄급 웃음을 가진 에세이로 돌아올지 참 기대를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이다. 아마도 '나쓰미의 반딧불이'를 보고 이 책을 읽는다면 울다 웃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 뭐가 나도 책임 못 지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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