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정원' 단어 한번 고상하다. 자고로 한국에서 정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려면 아주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보통 사람들은 아파트라도 하나 자기 이름으로 된 것이 있기를 바라는 세상이니 말이다. 정원이 딸린 집들은 대부분 수억대이고 그러다보니 일반 사람들에게 정원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꿈에서나 가능한, 그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작가' 이 역시 마찬가지로 고상한 단어이다. 글을 쓰는 사람을 지칭하는 작가인데 그것이 생각하는대로 그렇게 쉽지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드러낸다는 것. 그것이 어떤 장르라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드러내는 에세이라 할지라도 그냥 죽 생각나는대로 써 놓으면 읽는 사람들이 재미가 없어질 것이고 소설이나 여타 다른 장르도 매한가지이다.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을 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두 단어가 합해졌다. 작가들의 정원. 물론 여기에 실린 작가들은 영국작가들이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전제로 해서 본다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더 흔하고 그러므로 정원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나라에서도 넓은 정원은 일반 사람들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집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월세를 내고 빌려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더할수도 있다. 이 작가들의 정원은 지금은 후손들이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 흔적도 없이 못 보게 된 경우도 있으며 나라에서 이 정원을 받아서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서도 보존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은 이 책을 보게 된 이후 더해졌다. 그 작가들이 그곳에서 살면서 또는 머물면서 얼마나 많은 작품들 썼나를 보니 그들에게 있어서 정원이라는 장소는 일반적인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 이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신적인 작업이다. 그르므로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는다고 능률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 그것을 잡아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뼈대를 만드로 살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무작정 쓰고있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럻때 필요한 것은 육체적인 노동이다. 어디가서 운동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연과 함께 할수 있는, 정원에서 나무를 그리고 풀을 자르고 하는 것은 육체적인 노동과 더불어 작가들에게 생각의 전환를 하게 해주면서 또한 그들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들의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주는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고택들도 보면 정원뿐 아니라 마당도 많이 있었다. 그 양반들이 그 마당을 직접 쓸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다가 지쳤다거나 또는 여러가지 생가들이 많을때 그들은 마당을 거닐곤 했었다. 그리고 왕들이 살았던 궁들도 보면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숨겨져 있는 화원이라는 뜻인 '비원'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왕이라는 것이 얼마나 머리 아픈 직업이었나를 생각해보면 그들에게 정원은 반드시 필요한 장소 중의 하나엿을 것이다. 사극에 보면 가끔 왕과 왕비가 연못이 있는 정원을 산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당시에 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때 당시의 왕과 왕비도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머리가 아플때, 또는 정권교체로 인해서 나라가 혼란스러울때, 그들은 정원을 거닐면서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점을 찾지 않았을까. 정원이라는 곳은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해주게 만드는 신기한 곳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것은 크리스티 여사의 정원이었다. 크리스티 여사를 좋아해서 그녀의 책을 많이 보기도 했었고 그것으로 인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 것일수도 있다. 그녀의 정원 그린웨이. 그곳은 그녀가 가진 첫번째 정원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작품과 연관성이 많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녀는 애시필드라는 정원을 더 좋아하고 더 애착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린웨이를 가지게 되면서 그 안타까움도 사라져 갔다. 예전에 크리스여사가 그곳에 살던 사진과 비교해서 지금은 사람만 없을 뿐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사진을 보면서 나중에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은 곳으로 꼽아지기도 곳이기도 하다.

 

각 정원마다 그작가그장소그작품이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그 작가가 그 정원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었는지도 설명하고 있고 뒤쪽에는 이 책에 나온 정원들의 위치를 설명해주고 있기도해서 이 책을 본 이후 관심이 가는 곳이라면 영국에 간 김에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그리고 각 정원마다 특징이있는 식물들을 실어두고 있는데 그에 관한 설명도 책 제일 뒤에서 찾아 볼수 있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이와 나차럼 작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나게 읽힐 작품. 전문가용이라기보다는 대중적으로 쓴 책이라 설렁설렁 읽어가도 좋겠다. 아파트가 대중화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정원이라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원이 더 많다. 더운 여름 공원 나무밑 그늘 아래 이 책을 들고 읽는다면 정원이 없는 아쉬움쯤은 조금은 날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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