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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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고전적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요즘 대세는 아무래도 스릴러이고 각종 베스트를 휩쓸고 있는 스릴러장르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형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요네스뵈나 마이클코넬리의 해리들도 형사였고 샌드맨의 유나도 형사였으며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율리아시리즈의 주인공도 여자경찰이다. 그렇다면 탐정은 어디서부터 나오게 된 것인가. 내 기억속에서 내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멋지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셜록홈즈의 영향이 큰 듯 하다.

 

뛰어난 추리력과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일어난 사건들의 정황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조정하면서 범인에 접근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멋졌는지. 그 이후로 크리스티여사의 포와로를 접하게 되면서 탐정은 무진장 잘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또 한번 몸소 느껴야만 했다. 나는 근처에도 못 간것을 그들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 하면서 범인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금은 어수룩한 탐정도 있었으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우카이 탐정이다. 약간은, 아니 아주 많은 빈틈을 보이면서 전혀 일을 해결할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반짝이는 지혜를 발휘한다. 또한 모자라 보이는 모습들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책은 대놓고 탐정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주듯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아직까지는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일부러 더 드러내 놓고 표기한듯 하다. 그리고 물론 우리의 두 주인공은 탐정도 아니다. 전직기자와 전직 경찰이다. '전직'이라는 단어가 붙게 된 된 데에는 둘다 조금은 불미스러운 일과 연결이 되어 있는 공통점도 있다. 여자를 좋아하는 전직형사는 피의자의 아내와 섬씽이 있었고 전직 기자는 사건에 필요한 증인을 숨겨주다가 피해자가 되도록 만들어 버린 전적이 있다. 이래저래 마음 맞는 그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 여자친구가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경찰에 알리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가는 박희윤. 그는 혼자보다는 둘이라는 원리원칙에 따라 친하게 지내는 전직형사이자 지금은 카페주인인 갈호태과 동행을 한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과연 탤런트인 그 여자친구를 무사히 구해내어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는 처음부터 크게 '팡' 하고 터뜨려준 후 소소한 사건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간다.

 

첫 사건에서 해결을 하지 못한 그들은 결국 둘다 전직이라는 딱지하에 자신의 자신들이 바라는 일보다는 서로 생업에 충실하게 카페일에만 전념을 하게 된다. 물론 사장이라는 갈호태은 여전히 여자들에 관심이 많고 그 밑에서 졸지에 종업원이 된 박희윤은 후배기자가 물어다주는 사건들에 관심이 더 많게 되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소소하지만, 앞의 연쇄살인사건에 비해서 소소할뿐 그 자체로도 큰 사건들이다. 폭탄과 이슬람 사람들이 겹쳐지는가 하면 야구선수와 의사가 접점을 이루고 경찰간부였던 옛상사의 개를 찾는 사건도 알고보면 큰 사건과 맞물리게 된다.

 

신문을 통해서 낸 광고사건은 얼핏 보면 약간은 너무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를 위해서 그 정도는 살짝 양념처럼 끼워줘도 무난하게 덮힐듯 싶다. 두명의 콤비가 짝을 이루어서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시간순대로 벌어지는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는 각각 마무리가 되어지고 앞에서 벌어졌던 큰 사건은 가장 마지막에 와서야 그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은 '너가 이런 사람이었다' 하는 내용으로 말이다. 그 이야기가 약간은 단순하고 추리도 가능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진정으로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고 치켜줄수 있겠다.

 

우카이처럼 너무  까불지도 않고 그렇다고 포와로처럼 너무 특출나게 잘나지도 않아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시대에 딱 맞는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그렇다고 너무 보통 사람이면 재미가 적으니 갈사장 같은 캐릭터가 붙어서 콤비를 이루어줘야 제맛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셜록홈즈와 왓슨같은 조합은 아닐지라도 한국사람의 입맛에 딱 맞을 캐릭터. 이 콤비의 다음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물론 전직형사와 전직가자의 타이틀은 떼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찰소속으로 일을 해볼 모양이다. 그들이 파헤치는 미결수사들은 어떤 사건들일까. 미드 '콜드케이스'가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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