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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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찌릿하게 오는 책들이 있다. 특히나 에세이에서 그런 경향은 강하다. [하루 한뼘]이라는 제목처럼 그냥 막연하게 다가오는 제목도 있지만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처럼 감성을 올리는 제목도 있다. 이 책 제목 참 길다. [살면서 쉬운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런데 그 제목만 읽고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나이가 많던 적건간에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다들 힘들다, 어렵다고 하지 오늘이 아주 미친듯이 신나요 하는 사람은 초긍정적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어떻게든 이겨내려는, 살아라가려는 의지력으로 살아진다고 생각할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들 진작에 살기 싫다면서 그냥냥 세상과 이별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윤회사상을 믿어서 또다시 태어날 것을 꿈꾸기도 하겠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하자면 일직선 상에 놓인, 그러니까 단 한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좀 더 열심히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세상을 이겨낸다는 의미로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각각의 이야기에 허들을 그려두었다. 허들을 인생의 장애물이라고 생가한다면 그것을 뛰어 넘으라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아니 매번 새로운 허들을 만나게 되고 그것에 의해서 앞이 막히게 된다. 그렇다면 선택은 두가지이다. 그 허들앞에서 가만히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허들을 용감하게 뛰어 넘을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언제나 흐린 날만 있겠는가. 날씨도 흐린 날이 있고 맑은 날이 있듯이 인생도 그러하다. 인생을 날씨에도 비유한 것은 정말 적절한 비유가 이니었을까. 네가지로 나누어진 날씨는 흐림과 비 그리고 맑음과 안개주의보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글들을 나누어서 분포하여 두었다. 읽다보면 힘이 나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고 또한 마음을 찡하게 하는 글들도 있다. 작가의 어머니가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신 듯 한데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왠지 나 또한 엄마한테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더 마음이 찡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왜 사람들은 마음에 있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도 성격 탓일까. 밖으로 드러내놓는 사람들은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좀더 가족에게 자주 하는 것일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주 하는 이야기면서 가족이기 때문에, 내 부모이기 때문에 그냥 안 하고 지나가기 되는 말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렇게 후회하기 전에 지금 많이많이 해두고 볼 일이다.

 

박광수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그의 특유의 그림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많은 그림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일러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책처럼 한 장에 하나이상의 그림이 들어가 있지는 않고 그 또한 그냥 일러스트일뿐 카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아서 내가 아는 그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의 작품인가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된다. 틀림없는 그의 작품인데 분위기가 약간 변했다. 전보다는 조금 둥글어진 느낌이랄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 또한 시간에 무디어진걸까. 그런데 그 무디어짐이 무딘 칼처럼 불편해서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물에 씻겨 뭉글어진 돌처럼 동글동글한 조약돌 같아서 오히려 손에 들고 만지는 재미가 있는 그런 글이 되었다.

 

살다보면 분명 힘들 때가 있다. 아니 매시간, 매분, 매초, 힘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책을 곁에 두고 그럴때마다 한번씩 펼쳐보면 좋을 것이다. 짬이 날때, 시간이 오분, 십분, 이렇게 있을때 그냥 아무곳이나 펴서 읽기 좋은 그런 에세이. 근데 왠지 힘내라는 글의 에세이는 다들 노란색 표지인듯한 느낌도 든다. 구작가의 책도 노란색, 내마음 다치지 않게라는 설토끼가 나왔던 책도 노란색, 이 책도 노란색. 약간의 명도나 채도 차이는 있지만 다들 노란색이다. 노란색이 힘이 나고 에너지를 주는 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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