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띠지에 광고하듯이 떡하니 쓰여 있다. 여성독자구매1위! 조금만 읽어봐도 왜 그런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오래전 비라는 가수도 데뷔곡에서 그러지 않았던가 '나쁜남자'라고 말이다. 여자들은 나쁜남자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다 그걸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냥 무작정 나쁜남자가 아니라 내면으로는 착하지만 겉으로는 까칠한 그런 나쁜남자다. 오베처럼 말이다. 여자라고는 단 한 사람,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이었던 여자, 소냐밖에 몰랐던 그였다. 그녀가 시키는 것은 툴툴거리면서도 다 받아줬고 자신이 할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할수 있는대로 찾아서 그녀를 위해서 해주었다.

 

그녀가 좋아했던 세익스피어는 못 읽어도  책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손가락을 다쳐가며 책장을 만들어 줬던 그였다. 그러면서 '널 위한 거야'라고 애교를 떠는 대신 '어딘가엔가 책은 두어야 하잖아'라는 말로 퉁명스럽게 얘기하는 그였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그녀가 좋았했던 고양이 어니스트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녀가 떠난 이후 어느 추운 겨울날 눈 속에 파묻힌 새끼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였다. 비록 이웃들이 나서서 고양이를 녹인다 어쩐다하면서 구출해 내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에에 맡겨진 그런 새끼고양이였다. 그 새끼고양이는 끝끝내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 나중에 남겨진 다른 이웃들은 그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줬을까.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던 소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오베는 더이상 세상을 살 희망을 잃어버린다.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돌아가고 그는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회사를 그만두게 된 어느날 그는 소냐를 따라가기로 결심을 한다. 그가 처음에 선택한 방법은 가둥에 구멍을 뚫고 로프를 매어 죽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는 천장의 길이를 재어 정확하게 중심을 찾는다.그것도 대충 재는 것이 아니라 이쪽저쪽에서 각각 두번씩 재어 완벽한 중심을 찾는다. 그의 성격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는 그렇다. 매번 무엇인가 점검을 할때면 세번씩 확인을 한다. 자동차 문이 잠겼는지를 확인할때도 문을 세번 당기도 온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시찰을 할때도 자전거 보관소가 문이 잠겼는지 세번씩 당겨서 확인을 한다. 그런 그가 죽기 전에도 확인을 거듭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새 옷을 입고 뒤처리 및 유언을 남긴 봉투를 품에 안고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왔다. 그는 실제로 목을 맸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그가 원하는대로 그렇게 한달음에 소냐의 옆으로 갈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오베가 죽으려고 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인 오베가 컴퓨터 매장에 갔다. 아이패드를 사러 간 것이다. 등장하는 장면부터 까칠하다. 컴퓨터를 보여달라는데 직원은 납작한 기계를 내어 놓는다. 키보드는 어디있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키보드는 없다고 대답한다. 무슨 컴퓨터에 키보드가 없다는 말인가. 직원이 자기가 나이가 들어서 속인다고 생각한 그는 계속 직원에게 따지고 들고 설명하는데 지친 직원은 점심을 핑계로 다른 직원에게 오베룰 넘기려고 한다. 오베는 왜 무슨 이유로 아이패드를 사러 온 것일까. 그 아이패드를 자신이 쓰려면 그보다 쓰기 편한 노트북이 있을텐데 왜 꼭 굳이 아이패드여야 한다는 것일까. 첫 장면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던 아이패드의 행방은 책을 다 읽은 마지막에서야 알게 된다. 그 아이패드는 대체 누구 것일까.

 

오베가 자신이 죽으려던 날을 잡아 놓고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던 그 어느날 자신의 집의 외벽을 긋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웃집에 이사를 온 것이다. 그 집이 이사를 오면서 달고 온 트레일러는 운전을 잘 못하는 그 집 남자 멀대에 의해서 오베의 집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길길이 화가 나서 날뛰는 오베에게 그가 남긴 것은 한번 더 후진. 그래서 결국은 오베의 우편함까지도 찌그러뜨려 버린다. 보다 못한 오베는 직접 나서서 자신이 운전을 해서 트레일러를 그 집 앞에 세워준다. 그 멀대의 부인임에 분명한 배가 남산만한 외국인 여자. 곧 아이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세살, 일곱살짜리 여자아이 둘. 이웃집으로 이사온 이 가족과 오베는 어떤 인연으로 엮이게 될까.

 

사실 까칠한 오베의 성격으로 보자면 아무 이웃과도 연관되지 않는 것이 맞는 표현일듯 하다. 각 나라마다 문제가 되곤 하는 고독사. 그게 오베에게 딱 맞는 죽음의 형태가 아닐까 싶지만 그가 원하는 죽음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사람은 누구나 시시각각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것을 안다면 오베는 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소냐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그래도 조금이라도 먼저 소냐곁으로 가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아마존 독자평에 그렇게 적어 놓았다. 읽는내내내 웃다가 마지막에 울어버리고 말았다고. 나는 마지막이 아닌 중간중간 눈물을 떨구고 말있다. 오베가 소냐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너무 애틋해서. 까칠하기로는 이세상에서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그 남자가 소냐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너무 가슴아파서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펑펑 울어버렸다. 그 평은 정확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