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사랑하는 방법
헤일리 태너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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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삶이란 언제나 힘들기 마련이다. 주쥐에서 이민자들을 많이 봐왔고 나 또한 한때는 그런 삶을 꿈꾸기도 했던터라 어떤지는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다. 국제결혼을 한 사람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민 1세대들이 새로운 나라에서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사람과의 관계라던가 또는 일을 하는 것에 힘들어 한다면 이민 1.5세대 즉 바츨라프처럼 러시아 부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곳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라는  친구들은 언어적인 것과 더불어 학교 생활을 하는 것에 가장 힘들어 하기 마련이다. 그런 바츨라프에게 동갑인 레나는 어떤 친구였을까.

 

자신과 어떠한 혈연관계도 없는  러시아 할머니 밑에서 자란 레나는 그로 인해 영어를 잘 못하고 학교에서도  잘 적응을 할 수가 없는 아이였다. 이모와 같이 살고는 있지만 이모는 레나에게 어떤 관심도 없으며 그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든지 신경도 쓰지 낳는다. 바츨라프의 친구가 되라고 데려온 레나는 아예 그 집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매번 바츨라프의 엄마인 라시아가 데려다 주기는 하지만 갈때마다 집안 환경에 끔찍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정을 쌓던 둘의 사이는 어느날  학교에 나오지 않은 레나로 인해서 변화가 일어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오겠다던 엄마도 돌아오지 않던 그 밤. 새벽에나 되어서 돌아온 엄마는 힘들어 보였고 그 이후로 레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이후 7년. 아이들은 각각의 장소에서 자라나게 된다. 다 자란 어른들에 있어서 있어서 7년은 별로 달라진 게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7년이란 굉장한 변화를 가져다 준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아이가 청소년이 된 것이고 면허를 딸수 있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반(半)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나이인 것이다. 헤어져 있던 그들은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공부를 잘하던 바츨라프는 예외없이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멋진 미국 여자친구까지 있다. 어린 시절 그렇게 좋아하던 마술은 여전히 하고 있으며 어렸을 때 하던 서툰 마술과는 다르게 이제는 엄마도 깜짝 놀래킬수 있을만큼 진보적인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레나는 그 어린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양엄마를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아주 꼬마였을때의 기억은 없지만 자기를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있으며 그 할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자신의 이모가 어떤 환경에서 자신을 키웠는지 그리고 바츨라프에 관한 기억까지도 모조리 잊지 않고 가지고 있다. 열일곱살이 되던 그 날, 레나는 잊지 않고 가슴 한편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 하나를 꺼내어 바츨라프에게 전화를 한다.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지않은 곳에 살고 있던 그들은 오랜 시간 후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레나는 바츨라프를 만나서 자신의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했다. 그를 만나면 그가 자신의 일을 도와줄 것만 같았다. 자신의 양엄마를 진짜 엄마라고 부를만큼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친부모를 찾아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들 둘이 함께 마술을 연구하고 마술쇼를 짜고 자신들이 공연을 할 것이라고 준비를 하던 그때처럼 그들 둘이라면 둘만의 새로운 프로젝트, 레나의 부모님 찾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시절의 만남이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안 된 그저 즐거운 놀이 친구였다면 이제는 어엿이 성인이 된 그들의 만남은 또한 어떻게 이어질까. 진실한 사랑으로 다가올까. 미국에 살고있는 고등학생인 그들은 어떻게 돈을 모아서 그들의 부모님께는 어떠한 핑계로 친부모를 찾으러 러시아에 갈 수 있을까. 십대들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사랑이야기이면서 이민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되던 이야기는 어느덧 입양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흘러 넘치는 한편의 사랑이야기. 연둣빛의 표지만큼이나 상큼함을 남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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