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서는 이상한 놈 대 나쁜 놈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미친 놈 대 이상한 놈. 이렇게 생각했다. 이 기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처음에는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더랬다. 308호와 408호. 각기 혼자 사는 남자. 차이가 있다면 잘 나가는 남자와 못 나가는 남자 정도일까. 그것도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윗집 남자 준태는 아랫집 남자 재현의 소리를 듣는다. 그가 들어오고 씻고 마시는 일상의 소리들. 그가 왜 이 집의 소리를 듣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 그저 단순하게 재미로 시작한 것인데 점점 사건이 커지고 말았는지 아니면 무언가 의심을 해서 듣기 시작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꼬투리를 잡아보고자 함이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사실 윗집 소리는 잘 들리지만 아랫집 소리는 잘 듣기 어렵다. 준태처럼 청진기를 가지고 일부러 찾아서 듣지 않는다면야.
준태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지만 그리고 그 후로도 사건이라고 생각할만한 소리를 분명 듣고 녹음도 했지만 재현을 신고하지 못한다. 자신이 잘못해서 꼬리를 잡힌 것도 있거니와 확실한 증거를 내밀지 못함이다. 사실 그가 죽을만큼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 저럴 거면 차라리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될 작정을 하고 재현을 신고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다. 준태의 고민이 반복될수록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슬며시 짜증이 스민다.
이야기를 만들 때 작가들은 자신이 자신이 있는 분야를 끌어다 쓰기 마련이다. 만약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그 분야에 대한 조사는 필수일 것이다. 꼼꼼할수록 그 이야기는 더욱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또 독자들이 읽디가 질려 버릴 수도 있으니 그 적정선을 지켜야 하는 것도 맞다. 이 이야기는 사실 흥미롭게는 읽혔으나 몇몇 부분들이 계속 거슬렸다. 개연성의 부분이랄까. 이야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준태가 외시경으로 밖을 확인하는 경우가 거슬림의 시작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고급빌라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요즘 추세로 본다면 외시경이 없고 전부 인터폰 화면으로 되어 있는 것이 대세다. 오래된 주택이 아니고서야 그러하다. 거기다 두 주인공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눌려 있는 일층 버튼을 한번 더 누르는 장면도 그렇다. 이야기 속에서는 확인을 위해서라 했지만 그렇게 두번 눌렀을 경우 설정이 풀려서 오히려 버튼의 불이 꺼지고 엘리베이터는 운행은 멈추는 경우가 더 많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서 신기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번 누르면 취손된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들이 사는 곳은 고급이긴 하지만 오래된 구축 빌라였을까.
거기다 인터폰 화면으로 준태가 재현의 모습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인터폰도 자신의 집 앞이 아닌 아랫집 문앞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아니 이 빌라는 층마다 카메라가 있나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윗집이 아랫집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아랫집에서 비닐 끄는 소리가 윗집에 들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다. 차라리 두 집이 바뀌었다면 몰라도. 윗집에서 비닐을 끄는 소리는 아랫집에서 들릴 것이다. 그 또한 방음이 완벽한 빌라라는 걸 전제로 한 이 이야기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준태가 경찰에게 끌려가는 장면도 개연성 부족을 들 수 밖에 없다. 그가 끌려가는데 아래층에서 재현이 나와서 본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해도 3충에 서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니 보일 리가 없고 계단으로 간다 해도 윗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를 알고 준비해서 나오지 않는 이상은 보일 리가 없다. 일부러 준태를 보려고 나온 것일까. 나만 어색하게 느낀 것일까.
그들의 기싸움이 절정에 이르러 증거품을 숨기는 장면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분명 준태는 박스를 칼로 열었다. 그리고는 다시 붙여서 숨겼단다. 갑자기 테이프는 어디서 나왔을까? 거기에 자신의 지문은 묻지 않았을까? 옛날에 옥의 티를 찾아라라고 엔지 화면을 모아 둔 프로그램이 있었더럈다. 내가 생각한 장면들 중 몇몇 장면은 그런 엔지 장면을 연상케 한다. 뜬금없이 나와서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그런 설정들 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다.
준태와 재현의 기싸움은 끝이 났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시즌1이 끝났을 뿐이다. 이야기는 다음 408호인 컨테이너로 이어진다. 시즌2의 시작이다. 작가는 어느 정도 스케일의 이야기를 구상해 두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