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루팡
박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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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앤솔러지 속에서 작가의 작품을 읽었더랬다. 장편은 [위험한 장난감] 이후 오랜만인다. 현직에 있는 작가라서 자주 작품을 볼 수 없음이 조금은 아쉽긴 하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아주 약간은 뭐라고 해야 할까 문장이 세련되어졌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꼈다는 소리다. 무언가 투박한 느낌이 없고 잘 다듬어졌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초반 별반 크게 두드러지는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묵직하게 깔렸다. 아니 이야기 자체가 묵직하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승재 혼자였다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가 작심하고 심어둔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인 동생 승아로 인해서 오히려 분위기는 더욱 밝고 명랑하고 때로는 가볍다. 그 조화로움이 적당해서 읽기가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승재는 브로커다. 처음에는 불법적으로 일을 하는 장기 매매나 뭐 그런 걸 생각했었는데 의료 사고를 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돈을 받는 그런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의료 사고라는 것이 상당히 밝히기가 어렵다. 아무리 기록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가들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조작이 된 경우도 먾으며 아는 사람만 아는 자기들만의 커넥션이 따로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일반 사람으로서는 그저 살아 있게 해줬으니 고맙고 죽었다 할지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그것 또한 남아 있는 가족들이 있을 때나 가능한 법이다. 요즘처럼 일인 세대가 대세라면 무연고 환자들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본다. 그들이 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가족도 없고 이웃도 없고 돈도 없다면 병원은 누구를 상대로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으랴. 그것도 참 문제이긴 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 사이트였다. 누군가 사이트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에 댓글이 달렸지만 사람들이 캐내는 것이 무서워진 작성자가 글을 삭제한 것. 경찰은 특정인을 파악해서 글 쓴 사람을 찾아내지만 정작 당사자는 발을 빼고 부인한다. 결국 승재에게 돌아온 사건. 승재는 이것이 사건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병원에 투입한다. 물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코인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오빠의 아지트로 들어온 동생과 함께다. 이인 일조로 투입된 그들은 어떤 진상을 마주할 것인가.

그나저나 아픈 건 참 별로다. 죽을 때도 온갖 바늘을 찔러 줄을 달고 침습적인 처치를 하지 않던가. 이러다가 나중에는 캐모포트를 안 달고 죽은 환자는 사고로 죽은 사람들 말고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조용히 죽고 싶은 것이 바람이 된다. 주사고 약이고 뭐고 아무 것도 싫다. 그저 바람 가는 대로 조용히 시간이 흐르는 대로 조용히 그렇게 있다가 내 생긴 모양 그대로 조용히 그렇게 눈을 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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