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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위의 만찬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내가 아는 영화 보았던 영화가 나오면 마구 반가와서 더 자세히 읽게 되고 안 봤다 할 지라도 내용이 흥미로우면 이 영화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적어 놓게 되는 그런 매력을 가진 책이다.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에서 나오는 음식에 집중을 했다는 것이 색다르다. 건축을 전공했으나 번역가로 활동하며 음식 평론가인 저자이니 만큼 이런 책은 당연히 벌써 나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도 음식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너무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욕망과 허기라는 큰 제목 아래 <황해>와 <공동경비구역> 두 편의 영화로 시작한다. 황해에서 하정우의 먹방은 진짜 여러 곳에서 패러디가 될만큼 유명하지 않았던가. 작년에 영화를 보았기에 첫 편의 영화부터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리고 공공경비구역에서의 초코파이는 진짜 그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그 초코파이가 아니었따면 그 장면들이 그렇게 자연스러워 질 수 있었을까. 그 어떤 대사보다도 더 뛰어난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초코파이였다.
<좋은 친구들>이라는 영화에서는 교도소 요리법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술을 만드는 법과 판결문을 번갈아 가면서 쓴 시가 소개되고 있어서 그 시를 보는 재미가 톡톡했다. 세상에 이런 시도 있었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다양한 지식도 너무나도 많은 법이다. <위대한 레보스키>라는 영화에서는 컥테일을 설명한다. 음식 이야기를 한다 해 놓고 뭐 이리 술 이야기가 많은가 하지만 술도 엄연히 음식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칼루아를 소개하고 있는데 외국에 살 때 같이 살던 친구가 자주 사왔던 제품이어서 오랜만에 옛 생각이 좀 났더랬다. 칵테일을 즐기지 않는 한 좀체 볼 기회도 단어 자체도 볼 기회도 없었으므로 반가왔다고 해야 할까.
<설국열차>의 곤충은 진짜 이런 걸 먹을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메뚜기를 구워 먹고 자란 세대라서 그 맛을 알긴 하지만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귀뚜라미나 바퀴벌레까지 먹어가며 삶을 영위하고 싶지는 않다.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1973년에 나온 영화에서는 대체 식사를 언급하고 있는데 뭔가 챙겨먹는 걸 귀찮아 하는 나로써는 이런 획기적인 게 있다는 걸 그것도 이렇게 오래 전에 이런 걸 다룬 영화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아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이나 대체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본문 속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영양은 챙기고 있을지 몰라도 맛은 음. 그냥 있는 거 열심히 챙겨 먹고 살아야겠다.
영화 <미나리>에서 나오는 마운틴듀는 언급되지 않았으면 서운할 뻔 했다. 내가 그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소품이 미나리가 아닌 그 제품이었으니 말이다. 대학생 때였나 남들이 콜라를 주로 마실 때 나는 늘 마운틴 듀를 마셨더랬다. 그때는 외국에 나가보지도 않았을 때였는데도 말이다. 그 맛이 산뜻해서 좋았달까. 그래서 칼루아 만큼이나 반가운 소재였다. <디 아워스>는 동명의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엄청 흥미롭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쓴 서평이 도서전을 위해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자에 실리기도 한 적이 있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깻잎을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났다. 깻잎김치를 만들어 먹으려고 깻잎을 사다 놓은 것이 말이다. 시들기 전에 만들어야 겠다.
막 전문성 있거나 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그때그때 유행한 영화들이나 한국 영화를 주로 보는 편이라 여기에 나왔던 오래된 영화들은 제목마저도 생경한 경우가 많았따. 하지만 <빽튜더퓨쳐>나 <이티>처럼 나의 기억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화들도 있어서 그런 영화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도 컸다. 보았던 영화들에 대한 언급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한마디로 아주 포식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