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텔레패스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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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가 자는 방의 한쪽 면은 장롱이 차지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집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이다. 이 책을 덮은 후 그 장롱을 가만히 노려본다. 무슨 소리가 나는가 무슨 냄새가 나는가. 깜깜함 속에서 안대까지 쓰고야 잠을 청한다. 만약 어두운 것을 싫어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손에 들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퍽. 이 두 글자가 주는 섬짓함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강권하겠다. 보통 다른 호러 문학에서 같은 단어의 반복을 한꺼번에 주욱 나열하는 방법으로 쓸 때가 많은데 작가는 간단하게 이 두 글자 만으로 독자들을 꼼짝 못하게 사로잡아 버렸다.

호러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좀체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섭다던 사와무라 이치도 그랬고 요코미조 세이지나 미쓰다 신조도 재미있다고 여겼지 무섭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나를 호러감으로 사로잡았다. 섬짓거린다. 자꾸 주변을 쳐다보고 의식하게 된다. 사람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할 집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더욱 그 긴장감은 배가 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막 무언가를 독자 앞에 내밀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초자연적인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그런 기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기에 말이다. 작가는 막 무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를 바라고 이 글을 썼다고 했다. 맞다. 그래서 이야기의 호기심에 빠져서 한 페이지만 더 읽어야지 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인 기담회에 참석했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당신은~ 이라는 지목을 당하고 늘 빛과 함께 계시라는 기담을 들었던 카렌. 그 후 집에서 이상한 소리와 냄새를 맡게 된다. 무시하려 했으나 계속 반복되는 현상들. 그녀는 자신의 나름대로 대응 방법을 강구하고 대처했으나 그것으로 지속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기담회에 같이 갔던 동료가 알려준 유투버 아시야 초자연적현상 조사를 알게 되어 도움을 청하고 하루카와 고시노를 만나게 된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고 그들이 왔다고 해서 기이한 현상이 바로 딱 나타나지는 않는다. 몇날며칠간의 고문 같은 시간이 흐르고 그들이 고대하던 그 소리가 들린다. 철퍽. 단지 카렌의 망상은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같이 있던 다른 사람들만 들은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모든 현상들은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단순하게 사람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물도 흘렀다. 하루카는 물을 담아서 과학적 분석을 의뢰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인 하루카와 고시노의 합이 좋다. 외면적으로도 전혀 다른 모습의 그들이기에 더 딱 맞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성격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간만에 마음에 드는 콤비를 만났다. 이 콤비의 활용도가 이 책에서 끝이라면 너무 아쉽다. 아직도 그들에겐 연구해야 할 초자연적 현상을 넘쳐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건으로 돌아올지 살짝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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