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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평점 :
책의 앞표지와 뒤포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같은 사람이란 걸 잘 알 수 있다. 앞쪽이 현재의 모습이라면 뒤쪽은 그들이 명탐정과 조수로 활발히 활동을 했었던 이십 대의 모습이다. 지금보다 훨씬 머리가 더 길었던 가제와 조금은 보이시해 보이는 나루미야. 명탐정이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웃긴 일에 휘말려서 자신들이 해결했던 사건의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인데 그들의 나이대가 나와 비슷해서일까 나는 그들의 여정에 공감하며 나의 이십대를 회상하고야 말아버렸다. 나는 그때 무얼 하고 있었던가.
나루미야는 어려서부터 살았던 집에서 남편과 같이 산다. 일층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자신보다 무려 열세살이나 어리다. 그래서일까 단골과 바람이 났지만 나루미야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눈감아 준다. 사사건건 따지고 들기도 귀찮았던 것일까. 자신은 스스로 투명한 아줌마라 생각한다. 결혼을 해서 같이 살고 같이 카페를 운영할 뿐 아이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사니까 사는 거다라는 그런 생활이 아니었을까. 누가 봐도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 그리고 별달리 특수하지 않은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나와는 달리 반짝이던 때가 있었다. 가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할 때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녀도 콤비로 활동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려고도 했고 충분히 능력도 되지 않았을까. 단지 그때의 유행에 맞춰 기획사에서 해주는 대로 명탐정과 조수라는 캐릭터에 맞춰서 활동을 했고 그것이 어느 샌가 자신의 이미지로 굳어 버렸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녀는 더 아쉬우려나.
이십년 아니 삼십 년만에 그녀의 카페에 들어온 가제. 오랜 만에 만나는 그의 모습이 반가왔을까. 처음에는 우연히 온 것인가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일부러 찾아온 거였다.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그녀와 함께 극복하려고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삼십 년 전에 자신들이 풀었던 과거를 찾아 떠난다. 나루미야가 쓴 책을 모아 쥐고 말이다. 그녀는 알지 못했을 뿐이지 그들이 겪었던 사건들을 모두 책으로 엮어 낸 걸 보면 작가로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이야기 속에서 심각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단 이 모든 사건이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살인 사건까지도 존재했었고 죽을뻔 한 위험에 속했던 적도 있지만 다 과거라는 이름에 묻힌다. 명탐정과 조수 둘이서 과거를 쫓아 여행하는 일종의 버디 무비 같은 느낌도 든다. 첫번째 이야기인 뼈를 보고 실종된 오빠를 알아봤다는 이야기는 이 전시회를 나도 본 적이 있어서 감회가 새로왔다. 실제로 죽은 사람의 뼈와 근육을 보존 처리해서 전시회를 하는 거였는데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신기하다 하면서 보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섬짓한 이벤트이기는 맞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때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걸까. 그래서일까 지금은 이런 전시는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폭탄이 설치된 기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산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이단 무리들을 처단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은 다양함을 주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후반부 들어서 약해지긴 했지만 명탐정을 공격하는 유튜버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지금은 명탐정이라고 하면 한물 간 것일까. 한때는 명탐정 코난도 꽤 인기가 있었는데 말이지. 이제는 명탐정의 조수로서가 아닌 홀로서기를 추구하나는 나루미야에게 이 이야기의 후속편이 있기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