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고서야 이 책의 두께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백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이라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한 두시간이면 다 읽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고등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나 성장 소설을 그닥 선호하지는 않아서 이 이야기는 어떨지 살짝 저어되긴 했지만 청소년이긴 하지만 사고를 쳐서 사회에서는 격리된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또 그들이 저지르는 일들이 학생이라는 타이틀과는 결이 멀어서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거기다 타임루프라니.
언젠가 전건우 작가의 타임루프물을 읽은 적이 있었다. 어제를 사는 남자였던가. 제목이. 그것 역시도 무언가 반복되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만큼 타임루프라는 것은 작가들이 흥미를 가지는 설정임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작가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설정을 별로라하는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은 것을 보면 그 인기를 대략적으로 짐작을 할 수 있겠다.
타임루프를 내가 별로라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반복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시 리셋. 열심히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 놓고서는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고 하면서 모든 것이 반복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에는 변화가 없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도 이야기는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이상한 괴벽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실생활의 변화를 싫어하기에 오히려 이야기는 변화가 많은 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의 타임루프는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몸에 새겨진 별의 갯수다. 하루가 지나면 모든 것이 다시 리셋되지만 하나씩 사라지는 별. 그 별이 다 없어진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반복이 끝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다음날에는 이 모든 것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삶을 계속할 수 있을까.
기억을 잃은 채 '바른 학교'에서 눈을 뜬 동현. 그는 그곳에서 무리들에게 살해 당한다. 그리고 그 느낌은 그대로이지만 겉으로는 멀쩡하게 다음날 다시 깨어난다. 이제 그 수법을 알고 있으니 동현은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순간을 피한다면 그 운명은 바뀔까 아니면 어떤 설정에서도 죽음이라는 그 화살은 동현을 계속 쫓아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