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트레스 릴레이>라는 마지막 작품이 인상적이다. 루시가 영웅이래. 왜 영웅인지를 알려고 열심히 읽었다. 돌고 돌아 마침내 루시에게 다다랐을 때야 알았다 왜 그녀가 영웅인지를. 그리고 이해했다. 그녀가 영웅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걸 남에게 전가하지 않았으니 그녀에게서 그것이 끊어졌으니 당연히 칭송받아 마땅해야 했다. 나는 루시 같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앞에 끼어든 차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주어진 일이나 사람 때문이기도 하고. 시간 맞춰 오지 않는 지하철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남에게 전달한다. 일부러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어 버린다. 짜증이라는 것이 살아서 둥실 거리면서 사람들을 전염시킨다고나 할까. 여기 이 상황도 그랬다. 주재원으로 미국에 나가 있는 그에게 일본으로 돌아오라는 호출이 온다. 가족가 함께 갈 여행 티켓을 알아보지만 마일리지 좌석은 남아 있지 않고 일찍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하고 가려 했지만 새치기를 당하지 않나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자신이 원하는 음식은 없단다. 그런데 자신보다 나중에 온 사람에게 그 음식을 주문받는 것이 아닌가. 음료도 나오질 않고. 참을 수가 없다. 그렇게 화르륵 스트레스가 불타오르며 생겨난다. 그것은 거기에서부터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로 넘어가고 거기서 또 그녀의 엄마에게로 도 다른 사람에게도 계속 전달된다. 어디까지 계속될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심 반성하게 된다. 나는 또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릴레이하듯 넘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표제작인 <후지산>이 가장 먼저 나온다.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들은 여행을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창문으로 후지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더 늦게 가는 것으로 바꾸어서 예매했다는 남자. 여자는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그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은 종착지에 이르지 못했다. 앱으로 만난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고 처음으로 가는 여행이었는데 맞은 편 기차에 있는 한 여자아이의 긴급신호를 그녀가 알아본 탓이다. 그녀는 위기상황이라며 자신의 기차에서 내려서 그 아이가 타고 있던 기차로 옮겨타게 된다. 진짜 그 아이는 자신을 구조해 달라고 신호를 보냈던 것일까.
여자는 결국 혼자 내렸다. 남자에게 같이 내리라고 급한 일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남자는 그녀를 따라서 내리지 않았다. 하기야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였겠지. 그래도 같이 간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그녀를 믿었다면 같이 따라 내려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마당에 자신 혼자 그곳에 가서 뭐하려고. 설사 아무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같이 내렸다가 같이 가는 것이 맞지 않는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 여행을 계기로 삼아서 서로 헤어지게 된다. 나중에 여자는 남자의 이름을 뉴스에서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의 띠지에는 사소한 선택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가. 입을 옷을 고르거나 먹을 것을 고르는 사소한 행위부터 평생에 함께 할 반려자를 선택하거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까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는 그런 선택의 순간을 담고 있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두 편 외에 자신의 인생이 두가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부키>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거울과 자화상> 그리고 정말 짧은 이야기인 <손재주가 좋아>까지 단편 중에서도 길지 않은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충분히 생각할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들이다. [마티네의 끝에서]라는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장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고요하게 읽히는 단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