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
K.L. 슬레이터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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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른손에 잡고 있는 페이지의 두께를 가늠한다. 많아봐야 십오 페이지다. 밥이 다 되었다는 음악 소리가 났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다. 한 두시간도 아니고 겨우 십여분 늦게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그렇게 끝을 향해 달린다. 이 작가 꽤 마음에 든다.

장르소설에도 꽤 많은 세분화 된 하위 장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통틀어 장르소설을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정 장르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남편과 부인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는 도메스틱 스릴러이면서 중심인물의 생각에 치중하는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두 분야 모두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몰입도가 상당한 이야기 전개와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을 제대로 엮어가는 작가의 수법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선 작가지만 이 책이 스물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상당히 많은 작품을 써 온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경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이야기다.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자업자득. 딱 네 글자가 생각이 났다. 교통 사고가 나버린 아들 내외. 당분간 머무를 손자의 옷을 가지러 간 아들의 집.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리고 그녀가 치우려고 내놓은 쓰레기 봉투. 거기에 그게 있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어버린 스카프 하나.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탈리 그녀가 아들의 집에 가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갔다 하더라도 자신이 계획한 대로 손자의 옷과 장난감만 가져왔으면 모를 일이었다. 남들이 내 놓은 쓰레기를 보고 아들집의 쓰레기도 내 놓아야 겠다고 생각한 오지랖이 이 모든 일을 만들어 냈다. 내내 그랬다. 피해자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로.

숨겨진 스카프 하나. 그걸 가지고 어떻게 했어야 했나.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나? 사고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들에게 묻는 것이 맞는 거였나? 아들보다는 나은 상태지만 며느리에게 물어보는 건 현명한 짓이었나?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보여주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었나. 하나의 물건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하나같이 다 의심스럽다. 다만 하나. 처음부터 한 사람은 믿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내가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마지막에는 다른 결말로 이어질 때가 많아서 낙심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내 믿음을 배신하지 않아주어 그 등장인물에 대한 고마움이 들었달까. 그래서 스카프를 둘러싼 진범은 누구냐고? 아들과 며느리. 아들의 부모와 며느리의 부모까지 그 중에 답이 있다. 그게 경찰과 피해자의 가족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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