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보슈 시리즈 열 여덟번째 작품인 이 이야기는 해리가 퇴직을 한 이후의 이야기다. 그렇게 공헌을 많이 했건만 그래도 조직에서 퇴출 당한 심정은 어떨까. 그는 변호사인 미키의 도움을 받아서 소송을 준비하며 대학생이 된 딸 매디에게 조금은 더 다정한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형사로 있던 시절에는 그럴 수 없음을 매디도 이해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딸과 아버지 사이의 갭은 어쩔 수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점차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더 가까와지겠지.
스릴러 소설을 읽다보면 마지막 장으로 점프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특히 초반부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가 그러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픈 마음 때문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내가 아는 인물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나왔는지가 너무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그 마음을 꾹 참고 추리해가며 읽는 재미가 바로 이 장르소설을 읽는 맛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미 범인이 초반부에 다 나와있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훤히 보이는 이 범인을 두고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갈까라는 걱정도 잠시 사건에서는 다른 범인이 이미 구속되어 있는 상태고 미키는 그 범인을 변호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원래 그를 도와주던 수사관인 시스코는 사고를 당해서 입원중이고 결국은 가장 뛰어나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전직 형사인 해리에게 손을 내미는 미키다. 해리와 미키가 공조을 해서 무고한 원고를 구해주어야 하고 동시에 진범을 제대로 엮어야만 한다. 가능할까.
형사들은 아무래도 변호사와는 반대편에 서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범죄자들의 편을 들어 변호를 하는 미키의 경우 실력이 좋아서 더욱 문제가 된다. 경찰에서 잡아 넣은 범죄자들을 풀어줘 버리면 그보다 더 허탈한 일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경찰 쪽에서 미키를 곱게 볼 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미키를 돕는다면 그 역시도 적의 편에 서는 것이기에 해리도 처음에는 나자신에게 도움을 처한 미키의 손을 선뜻 잡지는 않는다. 선을 넘어버리면 자신이 그쪽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경험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건 기록을 조사해보고 이것이 잘못된 일임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의는 행해져야 하는 법 그렇게 해리는 미키가 청한 손을 잡게 된다.
유명 정치인이 살해당했고 전직 갱단 출신 남자가 유전자 증거로 인해서 이미 구소된 상태다. 경찰은 그 모든 것을 끝내고 이 사건을 덮어버리며 하지만 원죄를 뒤집어 쓰게 된 저 남자가 가만 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는 미키를 고용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 분명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해리가 사람들을 찾아 다닐 때마다 하나씩 더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결과를 낳는다. 아침에 누군가를 만나고 왔는데 그 다음에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음을 눈치채야 한다. 그렇게 사건은 사건을 물고 이어진다. 해리는 어디서 이 모든 것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서 내밀 수가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