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참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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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귀신이나 요괴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의 팔할은 전부 엄마의 조기교육 덕분이다. 내가 열 살때 엄마는 내게 세계 고전 문학전집...이 아니라 세계 요괴 전집을 사주셨다. 엄마가 왜 그런 걸 선택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 당시 누가 그런 걸 팔고 다녀서 사 준건지 알 수 없지만 전집이 이모네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일 권을 보니 엄마가 나한테 써 준 글귀가 남아 있어서 들고 왔었다. 그러니 내가 이런 요괴들을 사랑할 수 밖에.

이번에는 총 세 종류의 요괴들이 등장을 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고양이의 참배>에서는 당연히 고양이가 등장을 하고 <멋쟁이 등딱지?라는 요망한 제목에서는 그런 등딱지를 가진 갓파라는 요괴가 등장을 한다. 아마도 책을 좀 본 사람이라면 잘 알텐데 국제도서전에서 무제의 박정민 대표가 추천한 공출판사의 책인 [조선 궁궐 일본 요괴]에서 등장을 하는 그 요괴 녀석 이름이 바로 갓파다. 일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정도로 유명한 녀석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백 자루 부엌칼>에서는 야만바라는 생전 처음 보는 요괴가 등장을 한다. 셋 다 요괴들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서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앞의 두 요괴들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다.

시댁에서 학대를 박고 아이까지 잃은 오분. 그녀를 위로해 주는 것은 고양이뿐. 고양이의 힘을 빌어서 자신을 괴롭힌 가족들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 그녀. 하지만 복수에는 조건이 따르는 법. 그녀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후회를 한다. 본문에는 그녀가 묘시에 그곳을 찾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양이의 시간이다. 그곳에서 본 고양이 앞발 모양의 보름달. 이야기는 들은 후 도미지로는 이 모양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어린아이만 한 체격에 머리에 접시가 있고 등에 등딱지를 지고 있고 몸이 녹색에 손발에 물갈퀴를 가진 것. 갓파를 설명하는 단어다. 생각해 보면 예능 프로그램에선가 거북이 등을 짊어지고 다니는 캐릭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것이 갓파를 흉내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괴롭히지는 않지만 괴롭히면 보복을 하는 존재. 본문 속에서는 위기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는 그런 불사신 같은 존재로 등장을 한다.

세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인 백 자루의 부엌칼이었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동네에 한 여자가 시집을 오면서 부자가 서로를 향해 으르릉 거리고 형제간에 분열이 일어난다. 결국은 그 저택에 불이 나고 그 불을 피해서 도망친 하쓰요와 마쓰에. 야마모모가 지키고 있는 관에 들어오게 되는데 마친 그날이 딱 요리사가 바뀌는 시점이라 모녀는 백 자루의 칼이 다 닳을 때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줘야지만 나갈 수 있는 운명이 된다.

무엇보다도 둘의 몸을 빌어 만들어 내는 요리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에도 시리즈를 읽다보면 음식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눈으로 읽는 즐거움을 외면할 수가 없다.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음식들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라니. 평온하고 어떻게 보면 지루할 법도 할 일상 같지만 죽음을 맞이한 그녀가 요괴가 되면서 이곳까지 찾아오고 한바탕 난리가 일어나게 된다.

이 세가지 이야기는 모두 흑백의 방에서 도미지로가 들은 괴담들이다. 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흑백의 방의 규칙이다. 첫번째 청자에 이어서 두번째 청자로 지목된 도미지로. 그는 미시야마의 일을 돕고 있찌만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만 간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 이야기가 나오고 형의 사랑 이야기까지 곁들여진다. 마지막에는 파우스트 같은 악마와의 거래 장면까지 등장을 하게 되는데 이러니 이 미시야마 시리즈를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미야베 월드 제2막에도 여러 시리즈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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