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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5년 12월
평점 :
[무무 사진관]에 [유미 분식]까지 힐링 소설로 가지 치기를 진행 중인 김재희 작가님의 또 다른 가지라고 봐야 할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다. 이른바 레트로 연애소설. 표지에서부터 나는 레트로에요 하는 그런 느낌이 확 풍겨나는 그런 이야기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느낌도 들고 아마도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런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강남의 뉴욕 제과라던가 충무로의 대한 극장처럼 지금은 없어진 랜드마크들도 정겹고 도매상의 어음으로 인해서 출판사들이 다 어려움을 겪었던 역사적면서도 실존하는 에피소드들도 있어서 솔찬히 읽는 맛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십대 이전 시절부터 사십 대까지의 긴 시절 어떻게 보면 거의 반평생을 담아 내고 있기에 이야기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버지가 병으로 죽고 엄마는 일하느라 매일 늦게 들어오던 동민은 동생이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집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한 엄마였기에 동민의 입지는 구박받는 신세였지만(그렇다고 하더라도 외할머니의 생각은 정말 이해불가다)그래도 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이 생기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오래 전 시골 소년의 이야기라던가 전원 일기 같은 느낌도 준다. 아이들이 꺄르르 대고 웃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느낌이랄까.
전학 온 운영이를 만나고 좋아하게 되고 도자마을을 떠나지만 그들의 인연은 전화로 편지로 교환 일기로 계속 되었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대학에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들은 한때 유행했던 [내일은 사랑]같은 캠퍼스 드라마의 풋풋한 청춘들 같기도 하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직업을 가지게 되고 일을 하면서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 후반부에서는 조용하지만 끊을 수 없는 로맨스를 그려낸 드라마 같다는 느낌도 들고. 주인공의 인생에 편승되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편의 드라마들을 붙여 놓은 것 같달까.
집안에서 반대한다고 헤어진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클리셰같은 전형적인 조건들이 포진을 하고 당연히 이럴 것이다 하는 예상도 되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네 인생 또한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는 이렇게 한 사람만을 열정적으로 사랑해 본 적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또 동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혹시 이 이야기를 운영의 시점으로 다시 쓴다면 어떻게 보여질까.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누구의 관점에서 보아지는가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던가. 이 이야기는 철저하게 동민의 시점으로 보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동민의 이야기가 많다.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렸을 때 헤어지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동민이가 서울로 갔을 때 모든 인생에서 운영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시점이 더 궁금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