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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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라는 작가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여성이 많이 강조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 [고백]이라는 작품에서도 그랬고 [모성]이라는 작품에서는 제목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들고 [꽃사슬]에서는 모녀 3대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은 남녀간의 대립보다는 여성들간의 유기적인 이야기를 기대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 느낌은 이번 작품 일몰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15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작품을 만들려는 한 감독이 있다. 그리고 감독이 작품을 부탁한 각본가가 있다. 그 사건은 한 가족의 끝, 일가족 살해 사건을 말한다. 오빠가 동생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질러 부모도 다 죽은 사건이다. 감독도 각본가도 둘다 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그 동네 출신으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들이 알고 싶었던 그리고 누군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묻혀버린 그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현재의 이야기와 함께 에피소드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다. 에피소드는 처음엔 별 거 아니게 여겨지다가도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드러나게 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과거가 없는 사람은 현재에 존재하지 않듯이 현재의 누군가가 과거의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가 차곡차곡 빌드업 되어서 결국엔 현재의 상황과 연결이 된다.

사람에 대한 오해도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대한 오해도 할 수 있다. 일몰의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감독과 극작가는 둘다 가족의 죽음을 겪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 죽음을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숨겨졌던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어느 것이 사실인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일몰. 해가 지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 원제목으로는 낙일이라고 적혀져 있다. 해가 떨어짐을 의미하는 두 개의 한자. 해는 지고 떨어지지만 밤이 지나면 다시 힘차게 떠오른다. 작가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만든 것이 아닐까. 일몰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하루를 약속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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