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범인을 쫓을 때 너 잡히면 죽는다라고 하지 잡히면 산다라고 말을 잘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제목이 잡히면 산다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검찰수사관이다. 그는 미집행자들을 잡으러 다니는 일을 한다. 그러니 범죄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옥으로 가는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일텐데 왜 잡히면 산다고 했을까. 그건 정말 도망다니기에도 지친 한 범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왜 이제야 잡으러 왔나며 하던 그의 말. 그럴 거라면 진즉 자수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범죄자라고 하지만 그가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주로 벌금을 내지 않고 도망다니는 사람들일 때가 많다. 그럴 경우 공소시효가 단지 오년이기 때문에 그 기간만 잘 버텨서 큰 금액의 벌금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천만원이 넘어가는 돈일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어떻게 숨어 있을까마는 그래도 다른 명의로 핸드폰을 만들고 현금만 쓴다면 그리고 여자의 경우에는 결혼을 하거나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의 돈으로 생활을 한다면 이름을 숨긴채 어느 정도까지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미집행자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이 책은 저자가 검찰수사관으로 일하면서 잡아들인 미집행자에 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 멀리까지 출장도 가고 잠복은 물론이거니와 미행은 필수인 직업이다.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뭐 직업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라고 생각한다면 또 이해도 된다. 미집행자들의 죄명도 변명도 다양하다. 주로 여자들의 경우 선불금을 받아 먹은 채 도망가버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법은 법이다.
자잘한 범죄를 저지르고 벌금형을 받은 경우 백만원짜리로 열건만 받아도 벌썬 천만원이 넘는다. 그런 경우 또 미집행자가 생겨버리게 된다. 애초에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될 일 아닌가 하고 가볍게 말할수도 있겠지만 또 그들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가 없다거나 어쩔 수 없었다거나 하는 변명이 생기게 된다. <용감한 형사들>을 자주 본다. 잡힌 범죄자들은 언제나 일단 발뺌부터 하고 본다. 그리고 증거를 내밀었을 때 담배를 달라고 하면서 자백을 하게 된다. 저자의 가방 속에는 자신이 피지도 않는 담배가 그래서 항상 있다. 그리고 초코파이도 있단다. 그에 얽힌 일화는 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범죄 수사물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빠져들어서 읽을 이야기다. 언제나 하듯이 현실만큼 실화만큼 재미난 이야기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