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이해가 되지 않아 별로라고 했따. 나는 그녀의 소설이 가벼워서 좋다.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그 느낌이 푹 꺼지는 듯한 어두움이 아니라 한없이 나풀거리는 가벼움이라서 좋았다. 그래서 가오리의 책을 그 감성을 끝없이 느끼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오리의 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나 찾아봤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비롯해서 몇 작품이 있었다.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몇 권의 책이 에세이였다. 그만큼 에세이와 소설의 구분이 그렇게 확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르고 읽으면 그냥 소설인가 싶을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번 책은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에쿠니 가오리만의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에게나 여행이라는 단어는 설레는 단어가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여행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잠깐이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평범한 그리고 약간은 지겨운 루틴을 떠날 수 있는. 일 때문에 또는 강연 때문에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떠남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는 작가만의 감성이 풍부히 넘쳐난다. 파란색의 새벽인지 밤인지 모를 색감에 달빛처럼 보이는 빛이 비추는 숲을 지나가는 기차. 기차 여행이 가장 좋다던 본문이 생각나는 그런 표지다.
비는 싫지만 노천탕에서의 비는 좋다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나도를 외쳐본다. 경험이 있다. 일본의 호텔의 노천탕이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고 기분 좋음을 느꼈던 때였다. 그래서 작가의 글에 너무나도 빠져들었다. 여행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지만 비오는 날의 노천탕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가고시마의 묘소는 언제 가봐도 묘소가 폭발힌 것처럼 화려하다'는 문구에는 엄마가 계신 곳이 생각났다. 평온의 숲이라 이름 붙여진 그곳의 야외는 정말 작가의 표현 그대로 폭발하듯이 화려하다. 떠난 사람이야 알까 마는 남은 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가장 이쁜 것으로 장식을 해둔다. 그러니 점점 화려해질 수밖에. 실제로 가고시마를 가본 적은 있지만 그곳의 묘지는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