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마음이 힘겨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때에 힐링 소설들만 들입다 읽었더니만 이제는 그만 포화 상태가 되어 당분간은 이제 이런 소설은 읽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책 수상한 한의원이다. 성공을 꿈꿨지만 오히려 좌절하고 빚을 내서 한의원을 차렸지만 찾아오는 것은 파리들뿐. 이런 절망적인 상황인데 바로 맞은편 한약방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 비결이 궁금했던 원장 승범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와 마주치게 된다.
이런 설정만 봐도 이것이 미스터리보다는 힐링에 초점을 맞추었겠구나라는 생각을 분명 하게 된다. 맞다. 그 생각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접근 과정이 신선하다. 재미있다. 흥미롭다. 묘하게 빨려든다. 수상한 이라는 점에서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귀신이라는 단어에 그 비밀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귀신과 인간의 공존 스토리다.
힐링 스토리라고 해서 너무 짜맞춘듯한 이야기도 아니며 눈물 콧물 다 흘리라고 작정하고 들입다 덤벼 드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며 그렇다고 말이 안되는 허항된 이야기만 가득한 그런 이야기도 아니지만 마음을 몰캉몰캉 만지면서 서서히 안에서부터 한줄기 불어오는 따스한 봄날의 산들바람 같은 이야기. 까칠하지만 알고보면 따스함이 숨겨져 있는 원장 승범이 그 산들바람의 중심에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 정미와 맞은편 한약방 주인인 수정 그리고 가장 핵심인물이면서 수정의 곁에 있는 공실까지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생공감 있게 만든다.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니 예전에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몇 화를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드라마가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이야기는 드라마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이야기도 누가 드라마로 만들어줬음 하는 바람이 크다. 안된다면 다음 이야기라도 시리즈로 만들어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