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을 그냥 넘겼던 이유는 딱 하나 제목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수능 만점을 받는 비결을 그려 놓은 그런 책으로 얼핏 보아 넘겼던 것이다. 그런 분야와는 다르게 조금은 서정적인 표지가 있을지라도 요즘은 그렇게 눈길을 잡아 끄는 경우도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왼쪽 하단에 쓰여진 간첩 소년의 고3 일기라는 부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 만약 이 소설을 집어든다면 순식간에 읽히는 이야기에 작가 누구인가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메이드인. 내가 작가 박희종을 처음 알게 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국 작가들의 이런 문학작품들을 내는데 서포트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들을 펴 내는 많은 한국 작가들이 나왔음 좋겠다. 일본 문학만 재미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학도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국 독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한번에 다 읽히는 점을 생각하면 부제가 내용의 전부이기도 하다. 한국에 침투한 십대의 간첩. 그의 목표는 수능시험에 만점을 맞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곳이 싫다는 말과 함께 넘어가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어찌보면 되게 황당하지만 어찌 보면 또 일리가 있다 싶은 그런 임무이기도 하다. 이 임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하고 넘어온 것일까.
처음 보는 사람을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고 등교길에 나선다. 하지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한 대의 오토바이. 그렇게 안 용과의 인연이 생겨버렸다. 원하지 않은 만남, 하지만 떼놓을 수 없는 만남. 전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처음 등장한 김민준. 그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한다고 여겼지만 유독 국어만큼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을까?
평범한 고3생활을 그린 것 같으면서도 간첩이라는 임무 수행을 해내야 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면서도 중간책과의 만남과 고향에서부터의 인연이 나타나는 등 별별 이야기가 별별 곳에서 적당한 인터벌로 일어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 소개에 쓰여있듯이 청소년이 공감하고 위로하기를 바라며 집필한 이야기라고 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공감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