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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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나기 3시간 전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 세상이 끝난다라는 말은 오래 전에도 유행을 했었던 그런 이야기였다. 성경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자기 임의대로 해석해서 종말이 온다고 즉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을 하고 생업을 때려치고 모여서 기도를 드리던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그보다 조금은 더 과학적인 이유를 댄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것. 그것도 일본에 가장 먼저 부딪친다는 것.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일본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려고 이동을 하고 움직이기 힘든 사람이나 노인들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피난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남았다. 이런 배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희한하게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루는 이런 설정 속에서 운전학원을 찾아서 강습을 받는다. 두 달 뒤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데 그냥 무면허로 운전해도 아무도 잡을 사람조차 없는데 아니 차조차도 도로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말이다. 하루는 그렇다치고 그녀를 강습해주는 이사가와도 조금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 둘의 조합이 과연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동생과 단 둘이 남아버린 하루. 이제와서 면허를 따겠다는 것은 물론 아닐테고 운전하는 법을 익히겠다는 것일테다. 분명. 그렇게 연습을 해서 하루는 어디에 가고 싶은 것일까.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는 강사는 왜 어디론가 가지 않고 이곳에 남은 것일까. 하루가 운전을 배우겠다고 왔을 때 바보 같은 소리라고 치부하지 않고 왜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게 된 것일까. 강습생과 강사 그들이 시체를 발견하면서부터 사건은 발생을 한다.

만약 하루가 그 차량을 고르지 않았다면 묻혀버릴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 우연찮게 발견된 시체로 인해서 하루와 이사가와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아니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얼마 뒤면 모두 죽는데 타살임에 분명하지만 그 범인을 찾아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전직 경찰이었던 이사가와는 기어이 사건화 시키고 자신이 앞장을 서서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 사건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님을 알게 된다.

종말론적인 배경이 조건화 되어 있어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있는 이상 생활은 해야 하는 것이고 인생은 계속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둘이었던 그들의 공동체가 넷으로 늘어나고 다섯으로 늘어난다. 그렇다. 인간은 마지막까지도 사회적 동물임을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사건을 찾아서 떠나는 그들. 세상 끝의 살인은 어떤 답을 안겨다 줄 것인가.

잘 읽히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왜 에도가와 란포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받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준다. 역대 최연소라고 할만큼 젊은 이십대의 작가가 쓴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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