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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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보는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 결혼을 하고 자신이 직접 신혼 생활을 겪으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글로 써 놓은 것이다. 누군가는 남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뭐하러 읽느냐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거 알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는 친구의 필통 속이 제일 궁금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친구네 집이 궁금한 거. 친구들끼리 모여서 수다 떠는 것의 대부분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자신의 가족이나 자신의 배우자 이야기인걸 다들 공감하지 않는가. 그러니 이 이야기가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사실 같은 제목의 구판을 선물 받아서 가지고 있다. 시리즈는 모아야 맛이라면서 전해준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꽤 많이 가지고 있고 좋아하기에 선물해준 것이리라. 그럴지라도 이번 개정판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것은 바로 표지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감청색. 다르게 말하면 남색 영어로 네이비. 그 컬러를 가장 좋아하는 나는 이 개정판을 꼭 소장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거기에 둘린 띠지의 저 색감이라니. 오묘한 핑크빗과 남색과 보라빛의 그 언저리쯤 되는 저 색감이라니. 띠지만 똑 떼어내서 눈앞에 붙이고 다니고 싶은 그런 기분이랄까. 이걸로 투명 책갈피를 만들어도 소장욕구 붐뿜이다. 너무 굿즈치고 가격이 비싸지려나.

나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

21p

성향이 같은 파트너를 만나면 더 잘 살까,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더 잘 살까.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성격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답답할 거 같아. 융통성이라고는 없이 앞뒤 꼭꼭 막힌 그런 인간을 어디다 쓰게. (내 얘기 하는 거다) 그냥 생각없이 확 지를 수 있는 그런 성향도 조금은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친구라도 말이다.

결혼은 "struggle"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79p

작가는 현명하다. 적어도 이런 문장을 적고 생각한 데서 보면 그러하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아무리 사랑이라는 콩깍지가 있다 하더라도 같이 사는 것이 아귀가 딱 맞아지듯이 될 수는 없는 법이 아니던가.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부딪히는 것은 다반사일 것이다. 일본어도 한국어도 아닌 저 struggle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딱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래서 나는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더이상의 struggle은 안 하는 걸로다.

작가는 나만의 남자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리차드 막스의 Now and forever는 노래의 가사를 적어 두었다. 이 노래를 안다. 좋아했다. 아니 아직도 좋아한다. 잊혀져 있었던 거다. 그 감정을 작가의 이야기가 끄집어 내줬다.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은 기억나지 않지만 단지 그냥 이 노래가 좋았다. 그 어린 시절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 노래를 좋아했을까. 분명 작가와는 다르게 가사에 끌린 건 아닐테니 말이다.

이야기를 읽으면 작가와 내가 자잘한 수다를 떠는 듯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쨌는데? 아,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면서 맞장구도 치고 공감도 하고 내 얘기도 하고 싶고 막 막 그런 느낌이 든다. 친한 친구와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다.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닐까. 내 주말은 몇개냐고? 지금의 내 주말은 0개다. 하지만 작가의 책과 함께 한다면 내 주말은 무한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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