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무라 이치의 호러는 그저 단순히 사람의 감정을 잠깐 으스스하게 만드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옮긴이의 말에도 적혀 있듯이 적정선을 지키는 호러다. 너무 호러적인 면만 강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그 선을 벗어나지도 않고 그 발란스를 아주 잘 유지하는 그래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그런 호러 작가가 아닐까 한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영상에서 호러적인 면을 강조하기는 책보다 훨씬 쉽다. 가령 갑자기 줌인을 해서 대상을 크게 보이게 만든다거나 배경을 어둡게 한다거나 해서 강조할 수 있고 또는 분장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음악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으스스한 배경음악을 넣는다거나 갑작스런 효과음을 주어서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런 면을 책에서 이야기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 너무 세밀한 묘사는 소름 돋게 만든다기보다는 오히려 루즈하게 만들어 버릴 수가 있고 그렇다고 몽땅 생략해버리는 것은 독자들과는 밀당에서 줄곧 당기기만 하는 꼴이다. 청각적인 효과는 아예 배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호러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일반적인 편집이나 문맥이 통하는 대신 말줄임표나 같은 말의 반복 또는 맞춤법을 무시한 말들이나 한 페이지에 한 문장만 쓰거나 아무런 문장이 적혀져 있지 않는채로 몇행식 띄워놓는 등 파격적인 편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를 비롯해서 본문에서는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고 놀라는 이야기인 <거울>, 도시전설을 조사하다가 놀랄만한 사건을 알게 되는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일과 집안일 그리고 회사일까지 정신없이 바쁜 기요코에게 나타난 실종되었다던 남편의 쌍둥이 형의 이야기를 그린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병원에서 자신을 제외한 옆의 환자들이 자꾸 죽는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누군가를 따라가는데 그들이 만난 사람을 그린 <빨간 학생복의 소녀>. 마지막으로 노자키와 마코토의 결혼식에 나타난 언니 고토코. 그녀는 동생의 일을 대신해주다 요괴를 만나게 된다.
실로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주인공들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고토코를 보고 반가와하게 된다. 이 또한 작가의 전작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고토코와 마코토의 활약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된다. 여기에서의 짧은 만남은 너무 감질나니 말이다. 이제 노자키와 결혼한 만큼 더욱 강력한 집단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닌가. 기대를 아니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