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토의 책을 처음 본게 아마 [츠바키 문구점]이었을 것이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표지보다는 오히려 내용에 쏙 빠진 케이스다. 담담하게 슬슬 그려낸 필치가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도 세밀하게 하나씩 다 보듬어 주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서 더 좋았다. 이런 따스함이라면 언제든지 폭 싸여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다음 이야기인 [반짝반짝 공화국]도 읽었고 최근작인 [달팽이 식당]까지 다 읽었다. [마리카의 장갑]도 읽었지만 그 책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였다. 감동은 물론 존재했지만. 이번 책은 어떨까.
표지부터 눈을 사로잡느다. 언제인가부터 한국 소설들의 표지에 계속 등장하는 집. 누군가 집 모양의 표지만 모으고 있을만큼 정말 다양한 집과 빌딩 건물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도 한때 유행인가 싶었지만 계속 되는 걸 보니 금방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표지에 보이고 있는 세사람. 기쿠 할머니와 릴리와 류. 할머니로 보기에는 조금 더 젊어보이지만. 아! 잊을뻔 했다. 그리고 바다. 아마 원서에서는 우미로 적혀 있을 것이다. 우미가 바다라는 뜻이니까. 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 표지만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그림이다.
이야기는 기쿠 할머니가 운영하는 고이지 여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곳을 여름마다 찾아오는 릴리. 릴리와 류는 먼 친척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의 성장이야기. 그 속에는 가족이 있고 사건이 있고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고 인생이 있다.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고 하지 않던가. 오랜만에 보면 보지 않는 동안에 엄청 빨리 커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