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오가와 이토의 책을 처음 본게 아마 [츠바키 문구점]이었을 것이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표지보다는 오히려 내용에 쏙 빠진 케이스다. 담담하게 슬슬 그려낸 필치가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도 세밀하게 하나씩 다 보듬어 주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서 더 좋았다. 이런 따스함이라면 언제든지 폭 싸여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다음 이야기인 [반짝반짝 공화국]도 읽었고 최근작인 [달팽이 식당]까지 다 읽었다. [마리카의 장갑]도 읽었지만 그 책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였다. 감동은 물론 존재했지만. 이번 책은 어떨까.

표지부터 눈을 사로잡느다. 언제인가부터 한국 소설들의 표지에 계속 등장하는 집. 누군가 집 모양의 표지만 모으고 있을만큼 정말 다양한 집과 빌딩 건물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도 한때 유행인가 싶었지만 계속 되는 걸 보니 금방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표지에 보이고 있는 세사람. 기쿠 할머니와 릴리와 류. 할머니로 보기에는 조금 더 젊어보이지만. 아! 잊을뻔 했다. 그리고 바다. 아마 원서에서는 우미로 적혀 있을 것이다. 우미가 바다라는 뜻이니까. 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이 표지만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그림이다.

이야기는 기쿠 할머니가 운영하는 고이지 여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곳을 여름마다 찾아오는 릴리. 릴리와 류는 먼 친척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 남자아이와 한 여자아이의 성장이야기. 그 속에는 가족이 있고 사건이 있고 사랑이 있고 믿음이 있고 인생이 있다. 남의 아이는 빨리 큰다고 하지 않던가. 오랜만에 보면 보지 않는 동안에 엄청 빨리 커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 잊고 놓아 주는 것도 필요해.

291p

그런만큼 이야기의 속도는 빠르다. 꼬마였던 아이들이 성장을 하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이른다. 십대였던 아이들이 이십대가 되고 성인이 된다. 한 사람의 아니 류와 릴리 아니 할머니까지 세 사람의 인생이 모두 들어있다. 아니 그렇게 보면 바다의 인생까지 포함해야 할 것 같다. 세 사람과 한 마리의 이야기. 패밀리 트리는 원래 가계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지만 그들의 패밀리 트리는 영원히 가지를 뻗고 잎이 무성한 채로 살아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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