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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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수상작이란 것 외에도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표지와 이별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분명해졌다. 나 또한 최근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겪었기에 소설 속이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들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밤중의 아보카도>에서는 연인과 동생 두가지 이별이 등장을 한다. <은종이색 안타레스>에도 역시 짝사랑의 이별이 존재한다. <진주별 스피카>에서는 엄마와의 이별, <습기의 바다>에서는 연인의 이별, <별의 뜻대로>에서도 엄마와의 이별이지만 이 진주별 스피카와는 다르게 이혼으로 인한 이별이어서 조금은 덜 슬픔을 자아낸다. 당면한 당사자들에게는 큰 일이었겠으나.

아빠와 아침을 먹는 동안 대화는 거의 오가지 않는다. 식사 때 이렇게 침묵이 이어지게 된 것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부터다. 아빠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던 엄마의 수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18p

개인적으로는 <진주별 스피카>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했다. 엄마가 눈에 보인다. 분명 엄마는 죽었는데. 집 안에서는 엄마가 보인다. 사쿠라의 눈에는 그렇다. 사쿠라는 양호실로 등교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와의 관계는 서먹하다. 엄마가 하던 밥을 사쿠라가 한다. 매일매일 밥을 챙겨 먹는다는 것이 챙겨 먹인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임을 깨닫는다. 나 또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엄마가 그렇게 잘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밥이 먹고 싶다. 밤 늦게 돌아오는 내가 먹는 것을 귀찮아 할까봐 있는 거 없는 거 다 때려넣고 볶아서 달걀 후라이를 위에 하나 올리고 식을까봐 뚜껑을 닫아 놓은 그 후라이팬 밥이 너무 그립다.

주부란 너무 고생스럽다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엄마, 잘도 해냈네. 매일매일 365일.

165p

사쿠라와는 달리 나는 엄마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엄마의 유령이려나. 우리집 부엌에는 사쿠라의 엄마같은 우리 엄마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슬프다. 단 한번이라도 희미하게라도 엄마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한번 나타났다 사라지더라도 건강한 모습 그대로 밝게 웃는 엄마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사진을 올려 놓은 마이 박스에서는 몇년 전 사진이라면서 알림을 알려준다. 4년 전이라면서 보여주는 그 사진들은 엄마와 내가 나트랑에 놀러 갔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 표정도 내 표정도 밝고 좋다. 더운 나라 엄마가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고 바다 속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은 귀엽기도 하다. 두번 다시 볼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사진들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최근 개인적으로 이별을 경험했거나 어떤 사랑이라도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거나 또는 힘듦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선뜻 내줄 수 있는 옴니버스 이야기. 곱고 고운 표지만큼이나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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