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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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난다. 아들과 딸의 죽음이다. 단란했던 한 가정은 지진으로 인해서 아이들을 잃었고 그렇게 시름에 잠기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다시 한번 노력을 하는 것이다. 죽은 아이들을 대신할 아이를 가지는 것. 그것이 부부의 최대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분명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어느 틈엔가 사건으로 넘어가 버렸다. 한 여자의 죽음. 자신의 이름을 딴 카페의 주인이었던 여자는 등에 칼을 맞은 채로 죽었다. 손님들을 비롯한 주위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녀가 죽임을 당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했고 카페도 잘 운영했다는데 그렇다면 누가 그녀의 등 뒤에 칼을 꽂은 것일까.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 사이로 반가운 인물이 보인다. 바로 가가 형사다. 가가 형사 시리즈만 따로 있을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그였기에 이렇게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그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어떤 느낌인지를 예로 들자면 내가 매일 가는 익숙한 장소에서 내게만 익숙한 연예인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머릿속이 마구 뒤엉키기 시작했다.

292p

형사들은 죽은 카페 여사장의 주변인물들을 탐색하다 전남편을 비롯해서 지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같은 그런 남자까지 찾아내게 된다. 여기서 바로 제일 앞에 나왔던 이야기가 연결된다. 이 연결점을 찾는 순간 범인 찾기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또 전혀 다른 변주를 타게 된다. 책의 겉표지를 벗기면 앞 뒤로 다른 모습의 사람 실루엣이 등장하고 그 두 실루엣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표지가 주는 의미를 여기쯤 읽고서야 알게된다.

지난 주였나 우연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매번 다른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해주는 플롯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어째 그 이야기가 이 이야기와 잘 매치된다는 그런 느낌도 든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무엇이든 숨기지 말고 다 이야기하고 같은 의논했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오해가 불러온 사건으로 인해 달라지게 될 범인의 인생이 조금은 불쌍하게 여겨진다. 그나저나 초창기 게이고의 진수를 맛본 듯한 느낌이다. 이런 작품만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존재한다. 아니 이보다 더 무거워도 좋겠다. 역시 나는 게이고의 가벼움보다는 묵직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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