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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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가 있는 집안의 아버지가 어느날 남자아이 하나를 데려온다. 남매와 같이 자란 남자아이는 자신과 동갑인 여동생을 사랑했지만 여동생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남자아이 아니 이제는 남자인 그는 여동생을 데려간 그를 증오한다. 그리고는 그의 여동생과 결혼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우리나라의 흔한 일일드라마 줄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주인공이 있고 그가 진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살았으며 성장을 한 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에 복수를 품고 가족을 망가뜨리는 이야기. 너무나도 자주 써먹는 소재이지 않던가. 엄마가 별일 없으면 챙겨보던 <비밀의 집>인가 하는 제목의 드라마도 전체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비슷한 설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다 겹사돈이 되는 경우 또한 예전에는 파격적인 설정이었지만 요즘에는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교묘히 엮이고 있다. 

하숙인은 이제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확실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고, 언쇼가 도박에 빠져 자신이 가진 모든 땅을 저당 잡혔으며 자신이 바로 그 저당권자라는 사실을 변호사에게 입증했어요.

321p

이런 사랑이야기가 이 폭풍의 언덕이라는 명작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딱 전반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쇼 집안에 들어온 아이인 히스클리프를 데려온 아버지는 일찍 무대에서 퇴장했고 그와 캐서린 그리고 힌들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후반부에서는 캐서린과 에드거 린턴, 히스클리프와 이저벨라 린턴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그들의 자식대에까지 이어진다. 이 거대한 사랑의 서사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랑이 존재하는 듯이 보이지만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납치를 하고 감금을 하는 등의 이해하기 힘든 그런 조건까지도 더해진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의 정신상태가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제 내게 그동안 네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얼마나 잔인하고 기만적이었는지 깨닫게 해주는구나. 왜 나를 멸시한 거야? 왜 네 마음을 배반한 거야, 캐시? 너에게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해줄 수 없어.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네가 널 죽인거야.

277p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비극이다. 해설에 의하면 리어왕과 모비딕과 함게 영문학 3대비극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것은 일본문학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또한 워더링 하이츠였던 원제목이 폭풍의 언덕이라는 다소 시적인 표현으로 의역된 것도 원작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한 때문이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 제목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줄 몰랐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초기 영문학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작품이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워더링 하이츠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자라고 살았던 저택의 이름이다. '바람이 쌩쌩부는'이라는 뜻의 워더링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외쳐대는 소리와 그들이 살고 있는 그곳의 바람소리가 섞여 윙윙 맴돌고 있다. 왜 이 이야기가 조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했던 히스클리프의 고함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공명되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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