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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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요? 사람들에게는 월요병이라는게 있답니다. 동물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병이지요. 왜 이런 병이 생겨나게 된 것인지 알아요? 그건 바로 사람들이 일이라는 걸 하게 되고 회사라는 곳에 속하게 되면서 주말동안 쉬었다가 월요일이면 다시 회사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요. 만약 쉬는 날이 월요일까지였다면 월요병이라는 단어 대신 화요병이라는 말이 생겨났을지도 몰라요.

"네가 받는 월급에는 욕값도 포함되어 있어! 일하는 대가만 있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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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아주 잘 알고 있습죠. 돈 주는 사람이 상관이고 권력인 것을요. 아무리 내 맘에는 쏙 들게 완성한 일이라 하더라도 윗사람의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다 갈아엎어야 하는 것을요.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구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저 책 속의 문장이 유독 콕콕 눈에 들어와 박힙니다. 그래요. 우리가 받는 돈에는 어쩌면 상사들이 하는 욕값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씁쓸하네요.

근데 시발 웃긴 게 뭔지 알아?

대기업에서 일해보니까 이건 나 같은 깡패 세계보다 더 심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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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제욱이라는 한 회사원이 있습니다. 빚을 졌구요 그래서 빚을 갚으라는 이른바 조직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지요.식품회사에 다니는 그는 조직들이 수입했다는 첨가물을 자신의 회사 제품에 넣어서 팔아보려는 생각을 합니다. 위험한 생각이지요. 아무런 검증도 되지 않은 그럼 물질이니까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자기가 죽게 생겼는데요. 돈 나올 구석은 없고 말이죠. 그렇게 몰래 집어 넣은 제품은 오히려 대박이 나버리고 그렇게 회사는 조직과 한 배를 타게 됩니다.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거 같으면서도 공식적으로 판타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잔혹한 판타지지요. 회사라는 고곳을 배경으로 회장은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사정없이 베어 버리고 폭력을 구사하고 안되면 총으로 쏘아 죽이기까지 하는 걸요. 이 모든 것이 다 사실이라면 오늘 출근한 사람이 제대로 살아서 집에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시피 할 겁니다.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이런 회사에서 미치지 않고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거예요.

미치지 않는다는 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맞다고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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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회사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작가는 교묘하게도 여기에 절대 회사를 떠날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이러스지요. 공기가 좋지 않아서 호흡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사람들은 방독면을 쓰고 다니고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이 회사에서 지급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 곳을 떠날 수가 없지요. 

어떻게 보면 이 말도 안되는 잔혹 오피스물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그러지 않던가요. 더러워서 때려친다고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더러워서 때려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못 그만두는 것이라고요. 금요일이네요. 이제 모든 직장인들이 기다리는 주말입니다. 누군가는 또 회사에 나가서 남은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모든 회사원들의 사무실이 블러드 오피스가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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