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다르니 어쩌니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뭐 어디나 다 비슷하다. 여기 북극인들 뭐 별 다를 것이 있겠느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북극에서의 삶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데는 특색있는 주인공들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일 앞에 그린란드를 표시하는 지도가 나오면서 각기 떨어진 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비요르켄과 낯짝 그리고 라스릴처럼 같이 사는 사람들도 있고 피오르두르처럼 떨어져서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올슨처럼 배를 몰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성격이 전혀 달라서 그들을 따라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우리에게 풍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아주아주 커다란 풍선, 썰매를 풍선에 묶으면 물 위를 떠 갈 수 있짆아. 41p
우리에게 풍선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까 아주아주 커다란 풍선, 썰매를 풍선에 묶으면 물 위를 떠 갈 수 있짆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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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 중위의 생일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시끌벅적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정신없는 와중에 지골로의 이야기가 전면을 차지한다. 여자가 있는 줄 알고 왔던 그가 이곳에 여자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실망감이라니. 그나저나 그가 그렇게나 꼭 안고 있던 비밀의 자루가 무엇이었는지 몰랐는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낯짝이 했던 말이 그 자루의 비밀을 밝히는 데 가장 큰 결정적인 기회가 된다. 물론 그것으로 인해서 그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고 지골로는 자신의 바람대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고래회충이 이렇게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206p
고래회충이 이렇게나 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206p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이 회충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단지 회충을 치료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 회충으로 인해서 나머지 사람들의 상황이 급변하게 된다. 백작은 눈에서 계속 벌레가 기어나오고 안톤은 나무판자로 피오르두르의 뒤를 갈기고 피오르두르는 매스맨슨에게 사냥총을 발사하는 등 난리도 아닌 상황이 펼쳐진다.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닌데 싶으면서도 자꾸 번져가는 상황이 꼭 불꽃 하나가 점점 더 옆으로 옆으로 이동해 가면서 커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일으킨다. 결국 이 모든 결말은 닥터가 이 많은 사람들의 제각각인 증상을 치료해야 했다는 것이었지만 그 누구도 단지 하나의 회충이 이런 사태를 불러올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북극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사랑, 자유, 관용으로 충만한 곳이야. 여기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서 또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어? 186p
북극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사랑, 자유, 관용으로 충만한 곳이야.
여기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서 또 이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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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된 안톤은 일 때문에 그린란드를 떠나서 가다가 배에서 빙하로 뛰어 내리는 등 실제 상황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해골일 것이다. 해골이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고 말하고 먹고 즐기다니. 이번 이야기의 부제인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싶다가도 그곳이라면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서라는 이름의 그 해골은 북극은 정말 행복한 곳으로 여기게 되는데 그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