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존 그리샴의 전작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 보고 꽤 괜찮은 작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썼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작가의 전작을, 그것도 오래전 전작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바뀐 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아니 이해한다기 보다 조금 낯설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분명 아는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화장도 옷도 얼굴도 그에 따른 분위기도 다 바뀐 그런 느낌이랄까. 법정 스릴러의 대가이던 작가는 요즘 유행에 맞춰 조금은 경쾌한 느김의 스릴러를 내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나뉜 이야기들을 요리조리 꿰어 맞추는 능력은 여전하다. 작가의 필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여기 한 무리가 있다. 그들은 대학에서 작가의 초판본을 훔치기로 작정한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다. 이 초판본을 얘기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고 생각나는 것이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다. 그 시리즈 중에서도 초판본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그 초판본이 얼마나 귀중했냐하면 그로 인한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주인공이 다치는 계기도 된다. 구하기 힘든 초판본일수록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도둑들의 눈에 타겟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작업과정은 철저하다. 어떤 범죄자라도 경찰에 잡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목표로 한 물건을 무사히 가지고 나오면 그뿐 그 외에는 어떤 것에도 흥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니 계획은 더욱 완벽하게 플랜 비 뿐 아니라 씨, 디까지도 세워놓아야 안심이 된다. 이 도둑들의 이야기는 영화 <종횡사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나 <도둑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오션스 일레븐>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