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아일랜드 - 희귀 원고 도난 사건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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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존 그리샴의 전작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 보고 꽤 괜찮은 작가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썼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작가의 전작을, 그것도 오래전 전작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바뀐 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아니 이해한다기 보다 조금 낯설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분명 아는 친구였는데 이 친구가 화장도 옷도 얼굴도 그에 따른 분위기도 다 바뀐 그런 느낌이랄까. 법정 스릴러의 대가이던 작가는 요즘 유행에 맞춰 조금은 경쾌한 느김의 스릴러를 내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 나뉜 이야기들을 요리조리 꿰어 맞추는 능력은 여전하다. 작가의 필력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여기 한 무리가 있다. 그들은 대학에서 작가의 초판본을 훔치기로 작정한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다. 이 초판본을 얘기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고 생각나는 것이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다. 그 시리즈 중에서도 초판본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그 초판본이 얼마나 귀중했냐하면 그로 인한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주인공이 다치는 계기도 된다. 구하기 힘든 초판본일수록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도둑들의 눈에 타겟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작업과정은 철저하다. 어떤 범죄자라도 경찰에 잡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무언가를 훔치는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목표로 한 물건을 무사히 가지고 나오면 그뿐 그 외에는 어떤 것에도 흥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니 계획은 더욱 완벽하게 플랜 비 뿐 아니라 씨, 디까지도 세워놓아야 안심이 된다. 이 도둑들의 이야기는 영화 <종횡사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나 <도둑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오션스 일레븐>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수 있겠다. 

누가 되었든 경찰에 체포될 시 무조건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다섯 사람은 의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담보하기 위해 다른 멤버들의 주소와 가족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보복은 확실할 터였다.

그들은 누구도 자백하지 않을 것이었다. 절대로.

36p

철저한 노력 하에 그들은 성공했다. 성공을 한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혼자가 아닌 그룹은 항상 배신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를 한다 해도 그러하다. 이 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도둑들의 이야기로 계속될 것만 같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카미노 아일랜드의 한 서점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진짜 거지 같은 책들이 미친 듯이 팔린다니까.

169p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얘는 누구? 재는 또 누구? 이런 식으로 헷갈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점을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만큼 많은 작가들도 다수 등장한다. 물론 처음 등장했던 우리의 용감한 도둑들의 이름도 잊어서는 안된다. 시간이 흘러서 그 초판본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흐름을 따라서 읽다보면 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도둑질을 했던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지금 이 초판본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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