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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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딱 받자마자 감탄을 연발했다. 이건 실제로 책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인터넷 미리보기라던가 책표지로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다. 책배, 그러니까 책등의 반대말로 책을 펼치는 부분이 보통 일반책이라면 그저 하얀색이겠으나 이 책은 음식을 소재로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알록달록 파스텔 컬러를 선택해서 한동안 책을 넘기지 못하고 종이를 잡고 넘기면서 펄럭이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겹치는 색도 있는데 그것은 한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다르기때문이고 같은 색은 주인공이 같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이쁘다.

안개꽃 빌라라는 이름도 이쁜 한 쉐어 하우스에서 다섯 명의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아니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도 흥미로운데다가 서로간에 얽혀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을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유정이 시금치 된장국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안개꽃 빌라를 구경하러 온 소미. 주인인 모란과 함께 온 소미는 무엇엔가 이끌린 것처럼 계약을 하고 이곳에서 살게 된다. 여기에 먹방 유튜버인 보라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나나 그리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제일 나이 많은 한솔까지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가벼움을 담았고 통통 튀는가 하면 기뵤적 사실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말 안 하면 모른다니까. '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같은 사이는 없다고 생각해.

말 못 할 게 없는 사이랑 많은 사이만 있는거지."

301p

채식주의나 성정체성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들도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에 살짝 묻어서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지만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조절을 잘 한 것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없이 접근 할 수 있게 했다. 작가의 난이도 조절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 이야기는 자꾸 사라지고 있는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 갈비와 도미 그리고 치킨까지 하나씩 차례대로 사라지는 음식들. 공용으로 사용하는 냉장고이기에 분명 없어진 음식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소행임이 분명한데 아무리 봐도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적은 양이라면 먹고 치웠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양.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많은 음식을 가져간 것일까.

와우, 안개꽃 빌라에 명탐정이 있었네.

157p

사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기는 했으나 그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그들이 살아가는 생활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디엔가는 안개꽃 빌라가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는 유정과 소미 나나와 보라 그리고 한솔이 아직도 정답게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누군가가 나간다면 나도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쉐어 하우스라는 공간은 언제가 그렇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를 가진다. 화장실이나 부엌이나 같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도 감수하고서라도 그곳에 살고 싶을만큼 말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같은 공간에서 살 메이트들을 잘 만나야 할 테지만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사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테니 말이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친구라면 그 또한 매일매일이 재미나겠다는 생각도 든다. 삶이라는 것은 살아보면 다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갈 다섯 명의 여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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