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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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키, 제대로 '꿀꺽' 해야지. 자."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이때까지 참아온 분노가 터져버렸다. 전체 290페이지 중에서 고작 75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도 말이다. 비채에서 출간된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읽었을 때의 답답함이 저 끝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와 묵구멍을 타고 바깥으로 분출되었다. 야!!!!!!!!!!!!!!!!!!!!! 이 인간 아니 인간같지도 않은 짐승아!!!!!!!!!!!!!!!!!!!!!!!!!!!!!!!!!!!!!!!!!!!!!!!!!!!!!!!!!!!!!!!!!!!!!!!!!!!!!!!!!!!!!!!!!!!!!!!!!!!!!!!!!!!!!!!!!!!!!!!!!!!!!!!!!!!!!!!!!!!!!!!!!!!!!!!!!!!!!!!!!!!!!!!!!!!!!!!!!!!!!!!!!!!!!!!!!!!!!!!!!!!!!!!!!!!!!!

더럽다. 순수한 아이에게 욕정을 느끼고 자신의 성욕을 분출하는 인간이. 역겹다. 그런 인간인 주제에 자신을 선생이라고 칭하는 그 모습이. 팡쓰치도 그러했다. 선생이었고 학생이었고 유린당했다. 공부를 핑계로 아이들을 자신의 손에 넣었다. 공부는 무슨 개뿔. 그런 공부를 굳이 그들에게 그 나이에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정.

자신은 망가져 갔지만 가족을 비롯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다. 아니 소리 내어 용기내어 말을 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런 그들이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 그 주문을 외우고 또 외우고 가족이 아닌 사촌인 유우에게 정을 붙이고 그와 가까와지고 싶어했던 나쓰키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어서 그 영혼을 달래주고 싶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이상한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것을. 어떤 가정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어떻게 키워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을. 나쓰키의 부모는 왜 그리도 언니만 위해준 것일까. 아무리 첫째라 하더라도 그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원래부터 부모들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낳은 자식인 첫째를 과보호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기대를 가지고 있는 첫째이기에 실망도 더 크다. 그래서 둘째는 혼자 자란다고 했던가. 그런 나쓰키다. 그래도 엄마는 알아야 했다. 아이가 조심히 이야기 했을 때 들어야 했다. 왜 엄마는 나쓰키에게만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아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가.

작가의 작품 중 [살인출산]과 [소멸세계]를 읽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만만치 않은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내가 읽었던 전작들에 비해서 오히려 이 책은 술술 잘 넘어갔다. 비록 분노했을지언정 미친듯이 화를 냈을지언정 아이는 커갔고 자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름대로 자신의 짝을 찾았다. 남편이라는 존재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딱 그녀만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인생은 더욱 생각지 못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나쓰키를 말릴 수가 없다. 그러면 안 된다고 너는 포하피핀포보피아성인이 아니라 너는 지구성인이라고 아니 나와 같은 지구별 인간이라고 감싸주고 싶은데 지구별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 썩어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난 왠지 지구별 인간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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