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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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봉달, 헌상자,헌소리, 헌신자, 헌총각, 헌자식, 헌정치, 헌학문, 헌금함

이게 다 무슨 소리냐 싶을 것이다. 헌 이라는 글자를 빼고 읽으면 그냥 저냥 알 것도 같은데 붙여 읽으니까 이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붙이니까 아예 더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다. 금함이라는 이름도 살짝 어색하기는 하지만 헌금함이라고 성까지 붙여 읽으면 정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실제로 이런 이름이 있지는 않겠지만 인명사전을 검색해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이 정말 이런 이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이름들도 존재한다고 하니 헌씨라는 게 존재하지 않다 뿐이지(내가 몰라서 그렇지 어딘가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너무 허무맹랑한 설정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그런 점이 또 아예 배제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야기 속에서 전부 현실적이라는 단어는 조금 빼고 보아도 좋겠다. 특히 후반부 들어서 그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너무 꿈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서 아니 왜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데 하고 약간은 어벙하게 입을 딱 벌리고 쳐다보게 되기도 한다.

가지가지 하네. 니네 집구석에 무슨 종친회가 있어? 아아! 노비종친회?

36p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쟁이에 쫓기는 형편이다. 엄마한테 손을 벌리기도 그렇고 후배나 선배나 친구들은 돈을 빌려 달라는 소리에 등을 돌렸다. 이제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죽을 결심으로 고향을 찾은 그는 오히려 돈이 생길 소스를 얻어서 서울로 돌아온다. 그가 생각한 계획 바로 헌씨 집안의 종친회를 만들어보자는 것. 그렇게 해서 돈을 모아서 그는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다 그의 뜻대로 이루어질까.

이백 년 전 우리 헌씨 조상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거겠죠.

64p

앞에서 언급한 대로 독특한 이름의 특이한 캐릭터들의 대환장파티가 펼쳐진다. 전국이 헌씨들을 다 불러 모으자는 것인데 전직 교수부터 탈북자, 정치가에 입양아까지 정말 어디서 끌어 모을래도 모으기 힘든 특별한 사람들의 인생이 그대로 다 녹아 있다. 작가는 헌씨라는 성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성 중에서 한자를 생각하고 여러모로 구상하지 않았을까. 새로 더하면서도 흔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혹 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그런 특별한 성을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헌씨. 

이야기는 3개월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모든 전모가 드러나지만 그 이후에도 보여준 그들의 가족애는 진정 놀랍다. 종친회라는 것이 무엇일지도 모를 요즘의 사람들에게 이런 인생들도 있어요 하고 보여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척들이 모이는 이번 명절에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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