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속 세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0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온다 리쿠의 소설을 외면한 것은 그녀의 모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의 그런 모호함이 느껴지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외면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온다 리쿠의 모든 책이 다 그렇게 몽환적이거나 모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만났던 첫 작품이 그러했고 그러므로 인해서 첫인상이 아주 크게 깊게 새겨져 버린 잘못된 예라 할 수 있겠다. 그 인상이 바뀌질 않았으니 말이다. 

불연속 세계라는 제목의 이 단편집에는 제목과 똑같은 이야기가 없다. 즉 표제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나무지킴이 사내, 악마를 동정하는 노래, 환영 시네마. 사구 피크닉 그리고 새벽의 가스파르까지 다섯 편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 다섯편의 공통점을 잡은 것이 불연속 셰계려나. 실제로 이 제목으로 이야기가 써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상상해보기도 한다. 

달의 뒷면에 나왔던 쓰카자키 다몬이 주인공이다. 음악 프로듀서인 그는 산책을 하며 밴드 이름을 생각하다 어디선가 나무지킴이 사내라고 하는 걸 듣는다. 소리가 들려온 곳을 찾다가 그는 나무 아래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잔과 미카와의 식사 자리에서 그 이갸리를 꺼내게 된다. 그가 실제로 본 것은 무엇일까. 

난 이 야단법석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어.

51p

두번 째 이야기에서는 우울한 노래가 언급된다. 그 대표적인 에로 글루미 선데이가 나온다. 음악도 들어본 적 있고 동명의 영화도 본 적 있다. 그것이 자살을 유도할 정도로 그렇게 우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예로는 사자에 씨 증후군이 나온다. 일요일 저녁에 방영하는 만화 영화. 그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다. 단지 이 만화가 방송되는 시간이 문제인 것이다. 이 주제가가 나울 때쯤이면 일요일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다면 월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이다. 월요병을 미리 맞이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겠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그콘서트가 그런 소재로 이용되었다. 빰빰빠~ 이렇게 나오는 끝 음악이 들리면 일요일의 9시가 지나간다는 것이고 일본의 사자에 씨 증후군과 맞먹는 우울감이 작용했다는 것. 지금은 사라졌으니 사람들을 무얼 들으면서 일요일이 끝났다는 것을 느낄까. 

사라진 딸. 사라진 남편. 오 년이라는 세월. 세이렌의 목소리. 단 두 번 방송된 노래.

106p

"다몬 씨와 같이 있으면 이상한 일이 생기잖아."

207p

뮤직 비디오 때문에 다모쓰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 일행. 다모쓰는 한동안 집에 오지 않았다. 자신이 영화 촬영하는 것을 보면 자신과 친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동네인 까닭에 그가 그곳에 간 날도 역시나 그런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진짜로 죽음은 일어날까. 알고 보면 실제적인 이야기이지만 듣다 보면 그것은 묘하게 전설적이 이야기가 되고 만다. 모든 것이 설명되는 순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해가 된다. 

<사구 피크닉>에서는 사람이 사라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그곳에 들어갔던 사람인데 나오는 길은 하나뿐인데 나오질 않는다는 것. 그곳에 들어가보면 아무도 없다. 이 또한 앞서 나왔던 <환영 시네마>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가장 마지막 이야기인 <새벽의 가스파르>는 모든 것이 이해되는 순간 슬퍼진다. 그리고 조금의 감동. 1박2일의 여행. 야간기차를 타고 그곳에 갔다가 바로 비행기를 타고 다시 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가는 길에 술을 마시면서 괴담을 이야기 하기로 한 그들. 다몬에게는 어디선가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그의 아내는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간혹 가다가 사진만 보내올 뿐. 그의 아내는 어디에 있으며 전화는 대체 어디서 결려오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